Saturday, October 24, 2009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 (Bordeaux’s Wineries Tour)

프랑스에서 무한한 사랑을 받을 만한 도시는 결코 파리만이 아니다. 찬란한 가을 햇살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때, 포도 향이 짙게 스민 공기가 이방인을 반기는 곳은 따로 있다. 편안한 면바지를 입고 포도 넝쿨 사이 흙을 맨발로 밟고 싶은 곳.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 유산이자 메도크(Médoc),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등 유서 깊은 와인 산지를 품고 있는 보르도(Bordeaux). 수백 년의 시간과 땀, 경건한 자존심이 촘촘하게 쌓인 디오니소스(Dionysos)의 천국으로 떠나보자.
보르도(Bordeaux)는 넓게는 지롱드 강(Gironde River) 좌우로 펼쳐진 와인 산지 메도크(Médoc),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그라브(Graves), 소테른(Sauternes) 등을 모두 아우르는 지명이자, 좁게는 아키텐 지방(Aquitaine Region))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의 이름이다. 와인 애호가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는 와이너리들(Wineries)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내를 만날 수 있는 특급 여행지기도 하다.
보르도 시내는 걸어서 돌아보는 게 좋다. 벌꿀 빛깔의 석조 광장과 녹색 공원 등 도시가 하나의 정원과도 같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꼽히는 곳이자 프랑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François Marie Isidore de Robespierre, 1758.05.06~1794.07.28)의 추모 기념관이 있는 캥콩스 광장(Place des Quinconces)에서 시작하는 수백 년 전 중세로의 산책은 흥미롭다. 특히 400년 동안 지은 생미셸 대성당(Basilique Saint-Michel)의 뾰족한 아치형 문과 크고 작은 첨탑, 그리고 그 시간의 간극을 지나 성당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현대적인 트램(노면 전차)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보르도를 느끼게 한다.
2007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받은 이 도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유럽 무역에서 중요한 항구였다. 찬란한 과거는 2010년 오늘도 거리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시가지 심장부에는 빅토르 루이(Victor Louis)가 건축한 보르도 대극장(Grand Théâtre de Bordeaux)이 보이는데, 1780년 문을 연 이곳은 12개의 코린트식 기둥(Corinthian Columns)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부의 웅장한 객석과 음향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모델이 된 계단까지 샅샅이 눈여겨봐야 한다.
극장 맞은 편에 자리한 리젠트 그랜드 호텔 보르도(the Regent Grand Hotel Bordeaux) 역시 랜드마크이다. 1720년까지 공작이 살았던 성은 고급 호텔로 탈바꿈해 여행자에게 흡족한 전망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도시의 우아함은 부르스 광장(Place de la Bourse)에서 절정에 이른다. 광장을 둘러싼 18세기 건축물은 증권거래소와 세관으로 사용하며, 맞은편 강변으로 20분에 한 번씩 물안개가 퍼지는 물의 거울(Water Mirror)” 광장이 보인다.
보르도 와인 여행은 와인 병 모양의 병에 담긴 생수를 마시면서 시작된다. 책마다 수식하는 방법과 감탄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모든 와인 책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건 보르도가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라는 점이다. 그래도 전 세계로 보면 그 양이 3%에도 못 미친다. 그러니까 보르도 와인의 핵심은 양보다 전통과 품질이다. 세계의 애호가들이 보르도산을 와인 족보의 중심에 올리는 이유가 품질, 바로 맛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신생 산지가 득세하고 있지만, 유구한 전통에 장인 정신이 더해진 보르도 와인은 여전히 강력한 권좌에 앉아 있다.
지롱드 강(Gironde River) 서쪽 포도밭은 석회암과 자갈이 많은 토양이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동쪽은 진흙 성분이 있어 향이 풍부한 메를로(Merlot) 품종을 길러낸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같은 품종으로는 레드 와인을 만들고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세미용(Semillon) 등으로는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보르도를 비롯해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메도크(Médoc), 그라브(Graves), 앙트르되메르(Entre-Deux-Mers), 리부른(Libourne) 지역은 레드 와인을, 소테른(Sauternes)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어떤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르도 지역에는 최고 등급인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e) 등급의 와이너리만 다섯 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메도크(Médoc)의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부터 포이야크(Pauillac)의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와 샤토 라피트 로트칠드(Château Lafite-Rothschild), 샤토 무통 로트칠드(Château Mouton-Rothschild), 그리고 그라브(Graves)의 샤토 오브리옹(Château Haut-Brion)까지 모두 환상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다.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지역은 별도의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과 샤토 오존(Château Ausone) 2개의 오아이너리가 최고 등급에 포함된다.
본인은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 와인의 여왕이라 불리는 와이너리이자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프랑스 최고 와인이라 칭송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며, 소설가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07.21~1961.07.02)가 사랑하는 손녀의 이름을 마고(Margot)’로 짓게 한 주인공인 메도크(Médoc)의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를 먼저 방문했다.
샤토 마고의 와이너리 투어(Château Margaux Winery Tour)는 수확한 포도의 분류가 이뤄지는 마당에서 시작해 오크통이 숙성되는 서늘한 지하 저장고를 거쳐, 하루에 딱 3개만 제작하는 장인의 오크통 작업실을 둘러보고, 샤토 마고의 최고의 빈티지 와인(Finest Vintage Wines)을 시음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곳은 투어가 무료인 데다 현장에선 와인 판매도 하지 않을 정도로 가족 와이너리의 전통을 지켜가는 곳이라 투어에 참가하려면 몇 달 전부터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메도크(Médoc) 다음은 역시 중세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을 찾았다. 보르도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Bordeaux)에서는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운 광경을 기대해도 좋다.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밭과 아득한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건축물이 이방인을 반기는 곳이다.
 
동화책에 나올 듯한 풍경과 지구 끝까지 풍요로운 포도밭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토양. 35ha(헥타르, 1ha=10,000)의 비교적 작은 포도밭을 운영하는 와이너리 샤토 망고(Château Mangot) 1952년에 시작해 3대째 이어오는 곳인데 이 지역에선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에 속한다. 고성이 연상되는 우아한 저택에서 만난 와인은 놀랍도록 감미로우면서도 깊은 풍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은 오크통 마개를 오크가 아닌 실리콘으로 사용하며,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우람한 기기로 포도주를 혼합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메를로(Merlot) 품종 특유의 풍부한 아로마(Aroma)를 잘 살려낸다.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지역의 최고 등급 와인으로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40ha 남짓한 대지에서 연간 8만 병을 생산하는 곳이다. 적지 않은 생산량인데도 모든 빈티지가 거의 매진된다. 주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중심으로 메를로(Merlot)와 혼합하는데, 과일 향과 오크 향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맛을 지녔다.
눈길과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펼쳐지는 1만 개가 넘는 와이너리. 자긍심 가득한 와이너리는 하나같이 보석처럼 빛나고 그들이 따르는 와인은 별처럼 영롱하다. 다만 돌아갈 날짜가 정해진 여행자는 원하는 만큼 많은 와이너리를 둘러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풍부한 와인과 입맛 돋우는 메뉴, 변화한 문명과 윤기 가득한 자연이 어우러진 땅 보르도. 이곳을 거쳐 간 여행자들은 이제 붉게 익은 포도를 볼 때마다 광활한 와이너리와 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이 흘러가는 이곳은 여행자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Dionysos(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Διόνυσος)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술과 풍요의 신이다. 제우스(그리스어: Ζεύς, Zeus)와 세멜레(그리스어: Σεμέλη, Semele)의 아들이고 아리아드네(그리스어: Αριάδνη, Ariadne)의 남편이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한다.
Winery(와이너리)
 
Winery(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란 뜻이다. Winery를 불어로는 Château(샤토) 혹은 Domaine(도멘), 이탈리아로 Cantina(칸티나), 스페인어로 Bodega(보데가), 포르투갈어로 Adega(아데가), 독일어로 Anbaugebiet(안바우게비이트)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