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Jim Carrey(짐 캐리, 캐나다 배우, 조엘 役),
Kate Winslet(케이트 윈슬렛, 영국 배우, 클레멘타인 役),
Kirsten Dunst(커스틴 던스트, 미국 배우, 매리 役)
☞ 감독: Michel Gondry (미셸 공드리, 프랑스 감독)
☞ 15세 관람가, 멜로∙로맨스 영화, 상영시간 107분, 2005년 11월 10일 국내 개봉
◈ 줄거리
평범하고 착한 남자 조엘(짐 캐리 分)과 화려하고 따듯한 여자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 分)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반대가 끌린다는 말처럼 서로에게 강하게 끌려 사귀며 연인으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계속되면서 그들의 서로 다른 성격 차이는 둘 사이에 사소한 오해를 만든다. 이런 불란은 두 연인을 점점 지치게 만들었으며 결국 이별로 까지 다다르게 한다.
너무도 깊이 사랑한 만큼 사랑했던 기억은 깊은 상처가 된다. 그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던 클레멘타인은 조엘과의 기억들을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社의 정신치료 과학자 미어즈위크 박사(톰 윌킨슨 分)의 실험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모두 지우게 된다. 이것을 알게 된 조엘은 깜작 놀란다. 절박한 심정에 미어즈위크 박사를 찾은 조엘은 역시 자신의 머리 속에서도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망각하게 된다면 지금의 끔찍한 아픔, 끓어오르는 배신감도 다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망각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 또한 잊느니라'라는 니체의 말처럼, 조엘은 가장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망각을 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기억 삭제 과정이 시작되면서 비장한 각오로 임했던 조엘은 망각의 과정에서 클레멘타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큰 고통을 받는다. 조엘은 진정으로 클레멘타인을 잊기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엘은 필름이 조각조각 나듯이 그의 삶에서 잘려나가는 그녀를 한 줌만이라도 잡고 싶어졌다. 클레멘타인을 한 점이나마 기억하기 위해 조엘은 그녀를 자신의 다른 기억의 파편에 숨기기 위해 노력한다. 아주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나쁜 기억에서부터 만화책을 보며 수음을 하던 중 어머니에게 들키는 부끄러운 기억으로까지 옮겨 다니며…
조엘은 필사적으로 클레멘타인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그토록 지우고 싶던 기억, 사라져 가는 기억 속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럽게만 보이는데… 이렇게 사랑은 지워지고 마는 것일까?
◈ 관람후기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 分)이 그동안 자신과 교제했던 모든 기억들을 삭제했다는 것을 알고 상심한 주인공 조엘(짐 캐리 分)은 자신 역시 그녀와의 기억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행복했든 괴로웠든 간에 삶에서 기억과 추억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내용의 멜로∙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의 천재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이 각본을 담당하고, '블루스 올마이티'의 슈퍼스타, 짐 캐리와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았으며, 연출은 프랑스 출신으로 '휴먼 네이처'를 감독했던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가 담당했다.
미국 개봉 시 평론가들은 만장일치의 아낌없는 찬사의 반응을 보였다. ABC-TV 굿모닝 아메리카의 조엘 시겔은 걸작이라고 칭하면서, '오스카상 심사위원들은 내년도 최우수 남우주연상의 리스트 제일 윗 칸을 짐 캐리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것...그의 연기는 환상적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스 역시 '이 영화는 짐 캐리 생애 최고의 연기를 포함하고 있다. 또,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을 평하자면, 걸작? 아마도 그렇다. 독창성? 절대적이다. 기억에 남을 작품? 나는 10주년 기념판을 기다릴 것'이라고 치켜세웠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대담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맘 때 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뇌사 상태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물들에 대한 카우프만의 멋진 힐책'이라고 극찬을 했다. 또,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사랑하기보다 경의를 표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호평을 보냈고,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사랑의 불가피한 불완전성을 그린 완벽한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짐 캐리의 명연과 인상적인 로맨스 장면(특히 한겨울 빙판 위에 누워 별을 보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화면에 담고 있는 작품. 무엇보다 아픈 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겐 주옥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도입 부분 때문에 다소 헷갈리게 하는데, 도입 부분은 이야기 후반부와 연결된다. 즉, 도입부의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 기억을 지운 이후이며, 이 부분은 후반부에서 다시 이어진다. 상징적인 이 영화의 제목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은 극중 매리(커스틴 던스트)의 대사 중에 '망각(forget)'에 관한 2가지 격언을 인용하면서 나온다.
우선 니체의 격언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라는 말과 함께,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격언 '행복은 순결한 여신만의 것일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이라는 대사에 나온다.
인간에게 기억이란 절대적인 것일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깨어진 사랑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그 기억을 지워버리려 하였다. 그리고 기억이 모두 지워진 뒤에도, 조엘은 무언가를 직감한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들만이 아니다. 의사를 사랑했던 매리(커스틴 던스트 分)는 기억이 모두 지워진 뒤에도, 다시 그를 짝사랑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사랑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의 화학적 반응이 아니라 미지의 문이 열리는 마술적 순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사랑은, 그리고 사랑의 흔적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마음 어디엔가 남아 있으면서 우리의 몸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이든다. 아니면 나이테처럼 각인되어 영혼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 사랑이란 위대한 것이기에 모든 것을 초월한 것이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기억의 한 부분, 영원토록 잊혀지지 않을 인생의 한 부분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