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향기를 느껴보는 동화 속의 도시여행 ··· 로만티크 가도(Romantische Straße)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100km, 뷔츠부르크(Würzburg)에서 시작해
로텐부르크(Rothenburg), 딩켈스뷜(Dinkelsbühl), 아우구스부르크(Augsburg) 등지를 거쳐, 오스트리아 국경과 맞닿은 퓌센(Füssen)에 이르는 350km 남짓한 길이 바로 그 유명한 「로만티크 가도(Romantische Straße)」이다. 사실
이곳은 어감에서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로마시대의 군사도로’를
뜻한다. 중세시대 중요한 무역로이자 성지 순례길로 아주 유명했던 곳이라고 하는 「로만티크 가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 정부가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복구한 길이라 한다. 이곳은 수천 년 동안 간직해 온 도시의 모습과 유서 깊은 역사의 자취가 흠뻑 밴 건축물들로 마치 중세시대의
건축박물관을 연상케 하고, 형형색색의 풍경이 빚어내는 이국적 정취와 풋풋한 인심의 농가 등을 경험할
수 있어 독일 최대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독일 남부의
젖줄인 마인(Main)·타우버(Tauber)·레흐(Lech) 강(江)을 따라 자리한 옛 독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들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울창한 숲을 지나다 보면 느닷없이 나타나는 고풍스런 성(城)이나 동화 속 같은 아기자기한 도시의 모습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온 듯 색다른 느낌을 준다. 차창 밖으로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전원 풍경과 알프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몇 줌의 시원한 바람은 도시생활에 찌든 삶의 영혼까지 맑게 한다.
50마르크(Deutsche
Mark; DM) 지폐에 새겨진 도시이자 「로만티크 가도」 여행의 시발점인 뷔츠부르크(Würzburg)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도시 전체가 철저하게 파괴되었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1253년에서 1720년까지 대주교가 살았던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Marienberg)’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지던츠 궁(WürzburgResidenz)’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건축물들은 17세기 유행하던 바로크(Baroque) 양식으로 지어져 대단히 규모가 크고, 감각적 표현
위주로 안팎을 장식해 화려함과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프레스코(Fresco painting) 천장화로 장식된 궁 안의 ‘계단과 방’과 ‘황제의
방(Imperial Hall)’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중세의
보석’이라 불리는 로텐부르크(Rothenburg)와 딩켈스뷜(Dinkelsbühl)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비교적 온전히 보전되어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두 도시는 30년 전쟁(1618~1648년 독일을 무대로 신·구교 간에 벌어진 최대의 종교전쟁) 때 마을을 구한 일화를 지니고 있다.
로텐부르크(Rothenburg)를 점령한 장군이 도시 건물들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참수하려고 하자 연로한 시장이 2.8리터나 되는 와인을 단숨에 들이켜 마을 사람들을 구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래서
이곳 시청사 시계탑에 설치된 ‘마이스트트룽크(Meistertrunk)’는
정시가 되면 인형으로 만들어진 점령군의 장군과 시장이 나와 술 마시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딩켈스뷜(Dinkelsbühl) 또한 스웨덴 군이 도시 전체를 파괴하려고 하자 어린아이들이 일제히 군인들 앞에 몸을 던져
도시를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해 도시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며 이를 기념해 매년 7월에 ‘어린이들의 축제(Kinderzeche)’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