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중세도시로의 여행 ··· 로만티크 가도(Romantische Straße)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달려 내려오면 아우구스부르크(Augsburg)와 만난다. 이 도시는 2,000여년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로 「로만티크 가도(Romantische Straße)」 중 가장 큰 도시이다.
과거 서유럽과 로마제국을 연결하기 위한 거점도시로 시작한 이곳은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작된 곳이자 신.구교가 1555년 화의를 이룬 곳으로도 유명하다. 자유로운 사상과 이념이
건물마다 스며 있는 이 도시는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줄지어 늘어선
르네상스식 건물들은 중세시대의 천편일률적인 표현과 비현실적인 외형을 거부하고 고전의 형식미를 불어넣어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3.6~1564.2.18), 라파엘로(RaffaelloSanzio,
1483.4.6~1520.4.6)의 자유정신이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이 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도시 속의 도시’로 불리는 푸거라이(Fuggerei). 유럽에서 가장 큰 부자였던 한스자코뱅푸거(1459~1525)가
가난한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11년에 걸쳐 건축한 세계 최초의 국민복지주택이다. 저녁 노을이 녹색 담쟁이 넝쿨에 둘러싸인 푸거라이를 붉게 물들이면 자코뱅푸거의 훌륭한 정신은 이 아름다운 도시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발길을 재촉해 「로만티크 가도」의 피날레를 장식할 퓌센(Füssen)에 이르면 중세 고성들의 아름다움과 파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백조의 호수 그리고 독일 남부 알프스가
한데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과 맞닥뜨린다.
흰색과 베이지
색 대리석을 사용해 중세의 중후한 멋을 한껏 풍기면서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Neuschwanstein)은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네오 고딕 양식을 비롯해 로코코, 르네상스 등 다양한 건축양식을 담아내 독일에서 가장 멋진 고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조의 성’이라 불리며, 디즈니랜드(Disneyland)의 팬터지 성이 이성을 모델로 삼았다 해서 더욱 유명하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성의 주인이었던 루트비히 2세의 삶은 애절하다.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18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모든 재산을 털어 이 성을 지었으나 정작 본인은 그 성에서 채 6개월도
살지 못하고 정적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5.22~1883.2.13)를 너무나 사랑한 주인이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Neuschwanstein)의 내부를 바그너 오페라의 등장 인물들과 배경으로 장식해, 둘러보다 보면 마치 오페라 감상을 위해 극장을 찾은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