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11, 2010

색채 마술사, 색채 시인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에 대하여 (1)

어떤 사람들에게는 역사가 배경 사건으로만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역사가 그들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1, 2차 세계대전의 격변을 살아 남은 화가들은 하나 같이 역사에 영향을 받았지만, 마르크 샤갈은 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남다른 시련을 겪어야 했다.

샤갈은 해외로 유배를 당하고, 추방을 당했다가 다시 유배를 당하기도 했다. 샤갈은 시베리아의 강제 노동수용소와 독일의 죽음의 캠프에 끌려갈 뻔 했다. 그가 살아 남은 것은 거의 기적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갈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나 자신의 고생을 눈부신 사랑과 조화와 기쁨의 장면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런 고통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겪은 사람으로서 그의 성취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색채의 시인(Poet of Color), 색채의 마술사(Magician of Color) 마르크 샤갈』

색체의 마술사, 색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07.07~1985.03.28)'은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0.25~1973.04.08), 마티스(Heinri Émile-Benoit Matisse, 1869.12.31~1954.11.03)와 함께 20세기 회화사의 대표적 거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샤갈은 유화, 판화, 벽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무대장식,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등 거대한 건축물의 벽화와 천장화에 이르기까지 98세라는 그의 긴 생애만큼이나 폭넓은 예술활동을 펼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서 생존 예술가로서 가장 큰 영예를 누린 샤갈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 시기와 경쟁, 가난과 외로움, 학살과 망명, 그리고 가족의 비극으로 점철된 참혹한 20세기 역사의 축소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샤갈에게 있어서 예술적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용한 화상, 정적, 착취자들에게 복수하는 길은 오로지 끝까지 살아남는 길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샤갈은 그 무엇보다 《변형(Metamorphosis)》의 화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였고, 여기에 고향 러시아의 비테프스크(Vitebsk)의 유대인 마을에서 얻은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환상을 융합시켜 샤갈만의 낭만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발전시켜 나갔다.

또한 그는 많은 전위 예술가들처럼 예술의 유형을 변화시키고 중첩시킴으로써 장르와 색, 형태를 변용할 줄 알았던 예술가였다. 이러한 그의 특성을 담은 그림들은 초현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며, 동시대의 어떠한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하고 신비스러운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유대인인 샤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Vitebsk)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화가이다. 시골의 미술 학교를 거쳐 페테르스부르크(Saint Petersburg) 왕실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1910년 파리에 유학, 아카데미 쥘리앙(Jullian)에서 공부하면서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다. 이어 그는 야수파의 색채를 자기 나름대로 이용하여 아름답고 아담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고국으로 돌아와 8년간 우울하게 보내다가, 1922년 베를린을 거쳐 파리로 돌아와서 프랑스에 귀화하였다.

선명한 색채로 사람과 동물을 섞어, 환상적이며 신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샤갈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의 탄압을 피하여 미국으로 갔다가, 1947년 프랑스의 지중해안에 머물며 사랑과 기쁨에 넘치는 명작을 계속 그렸다.

샤갈은 판화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특히 성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걸작 동판화와 석판화를 많이 남겼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계 유대인의 혈통에 흐르는, 대지의 소박한 시정을 담은 동화적이고 자유로우며 환상적인 특색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농부·산양·닭과 같은 제재를 많이 취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이며 화가인 샤갈』


파리에 거주하는 샤갈의 한 보헤미안(Bohemian) 동료는 샤갈을 '시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이 애칭은 어떤 관점에서 이 예술가가 후일 비평가나 미술사 전문가들로부터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를 함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 프랑스 시인, 신경과전문의)이 그를 현대 회화에 '변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조형 예술의 위대한 천재로 규정한 점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화적이거나 종교적인 상징과 민속적인 이야기에 애정을 지닌 샤갈은 이러한 주제들을 회화에 끌어들였다.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는 전통적인 주제를 거부하는 가장 급진적인 전위 미술가들에 의해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풍부하고 자유로우며, 부분적으로 서유럽 미술 전통과 다른 문화적 전통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쉽지만 시적인 정신과 문화적인 해석이란 두 특징 그 어느 것도 샤갈의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완전한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샤갈의 시를 몇 편 소개하겠다. 그의 시는 그림을 스케치하기 전에 주로 작성되었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시를 읽으면서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보다 샤갈의 마음 속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나는 당신의 대지의 아들
나는 가까스로 걷고 있노라

당신은 내 두 손을 화필과 물감으로 가득히 채웠노라
그러나 나는 당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알지 못한다

나는 하늘과 대지와 나의 가슴을
또는 불타는 도시들을 흑은 도망가는 민중들을
눈물로 얼룩진 나의 눈을 그려야만 하는가
아니면 도망가야 하는가? 도망 간다면 누구에게로…

여기 대지 아래 생명을 낳는 그 죽음을 나누어준 그 사람
아마도 그 사람은 나의 그림이 빛나는 것을 지켜 보아야 하리라


도시 위에서

사랑내음에 흠뻑 취해
하늘로 오릅니다.

비테프스크의 시간이 멈추고,
촉촉히 젖어 든 사랑의 빛깔들이
녹녹히 우리를 축복합니다.

그대여! 놀라지 마세요.
따가운 태양은 그댈 위해 부셨습니다.
거센 바람도 한 켠으로 몰았습니다.
꼭 껴안은 두 손은
영원히 그대를 놓지 않습니다.

함께 짊어진 인생이라는 캔버스 위에,
설레임이라는 붓으로
행복이라는 팔레트에 갠 후
사랑이라는 물감으로 그려갑니다.

그대의 이름만으로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나의 사랑 벨라여…


하얀 여곡마사와 광대

나는 캄캄하게 띄워 보낸 밝은 어둠
그대는
고결하게 나부끼는
한 떨기 클레마티스(Clematis)

만나지 말았어야 할 것을…
처절한 메아리 속에 담긴
혹독하도록 시린 그리움

그대를 위해 준비한 아리따운 꽃
젖은 내 마음으로 서서히 잦아들다
마침내 시들어버린 희원(希願)
하지만 내일도 꺾어다 드리리.

그러나
그대와 마주한다면,
나는 저 달처럼
끝없는 곳으로 숨을 수밖에.

그대가
나의 추함으로
물들지 않도록…


『변형(Metamorphosis)의 화가, 샤갈』

샤갈은 그 무엇보다 《변형(Metamorphosis)》의 화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였고, 여기에 고향 러시아의 비테프스크(Vitebsk)의 유대인 마을에서 얻은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환상을 융합시켜 샤갈만의 낭만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발전시켜 나갔다.

또한 그는 많은 전위 예술가들처럼 예술의 유형을 변화시키고 중첩시킴으로써 장르와 색, 형태를 성공적으로 변형할 줄 알았던 예술가였다.
이러한 그의 특성을 담은 그림들은 초현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며, 동시대의 어떠한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하고 신비스러운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샤갈은 화가이며 시인, 어떤 때는 화가이며 음악가, 또는 화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화가이면서 무대장치가로서의 역할을 한 샤갈은 언제나 예술의 원칙들을 통합하고자 추구한 예술가였다.

『변용(Transmutatiions)의 화가, 샤갈』

샤갈은 초현실주의자들과 항상 가깝게 지냈으나 엄격한 의미에서 결코 그들에 속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초현실주의자들은 변용(Transmutations)을 그들의 기본적인 모티프(Motif; 회화·조각·문학 등에서 표현·창작의 동기가 되는 작가의 내부충동)의 하나로 포용해왔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리얼리티란 끝없이 흐르고 사라지는 것들, 경험과 이미지의 연속이었다.
샤갈은 파리의 전위 그룹을 처음 대할 때부터 이미 변형의 관점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 냈다그는 먼저 색채의 사실주의적인 사용과 주제의 진실성에 의존할 것을 거부한 야수주의자들의 색채 해방을 이해한 것이다.

야수주의의 시각에서 그의 작품 속에서 얼굴은 노란색일 수 있고, 소는 빨간색이나 푸른색일 수도 있으며, 더 극단적으로는 야수주의의 색들은 대상들의 경계를 무시하고 각각 별도의 독자적인 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샤갈은 또한 입체주의의 혁명적인 방식인 삼차원 공간을 파괴하고 그것을 시간과 기억의 영역에서 시각적으로 재구축하는 방법을 수용했다.

결과적으로 샤갈의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하늘과 땅 또는 전경과 원경의 관계가 자주 전도되는 변용의 공간에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그의 풍경화에서 보이는 수평적 움직임과 서 있는 인물들의 수직적인 모습은 그의 공간 논리술에서 인물들은 겹쳐지고 대기를 뚫고 높이 솟아오르며, 머리는 몸통으로부터 분리되고 팔다리가 나뉘어 떨어져 있으며 의상은 조각이 나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 참고문헌:
ㆍ“Chagall: A Biography”, Jackie Wullschlager, Knopf, 2008.
ㆍ“Chagall: Love and Exile”, Jackie Wullschlager, Allen Lane, 2008.
ㆍ“Chagall: My Life ”, Marc Chagall, Peter Owen Ltd, 1965.
ㆍ“Chagall: A Biography ”, Sidney Alexander, G.P. Putnam's Sons, 1978.
ㆍ“Chagall: Art & Ideas ”, Monica Bohm-Duchen, Phaidon 1998.
ㆍ“Marc Chagall (Monographie)”, Aaron Nikolaj, Reinbek, 2003. (In German)
ㆍ“Marc Chagall: An Artist From Russia”, Aleksandr Kamensky, Trilistnik, Moscow, 2005.(In Russian)
ㆍ“Marc Chagall”, Baal-Teshuva, Jacob, Crown Publishers, Inc. 1998.
ㆍ“Marc Chagall”, Jonathan Wilson, Schocken, 2007.
ㆍ“Chagall”, Cogniat, Raymond, Crown Publishers, Inc. 1978.
ㆍ“Chagall”, Franz Meyer, Harry N. Abrams, 1961.
ㆍ“Chagall”, Lionello Venturi, Skira, 1956.
ㆍ“Marc Chagall & His Times”, Benjamin Harshav, Stanford Univ. Press. 2004.
ㆍ“Secret Lives of Great Artists: What Your Teachers Never Told You About Master Painter and Sculptors”, Elizabeth Lunday, Quirk Books, 2008.
ㆍ“샤갈, 내 젊음의 자서전”, Marc Chagall, 김동림 역, 책세상, 1989.
ㆍ”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 김종근, 평단문화사, 2008.
ㆍ”서양의 미술 2. 샤갈”, 정문규, 서문당, 1989.
ㆍ”샤갈 성서화집”, 열화당 편집부, 열화당, 1984.
ㆍ”세계미술문고 47. 샤갈”, 금성출판사 편집부, 금성출판사, 1976.
ㆍ”서양미술전집 11. 샤갈”, 한국일보사 문화부, 한국일보사 출판국,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