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6, 2008

생체시계에 의한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주기성 조절기작 규명

지난 수십 년간 신경 내분비학 분야의 풀리지 않은 난제 중 하나인 부신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주기성 조절 기작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규명되었다. 서울대 김경진 교수(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뇌기능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 사업단장”)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PNAS) 12월 인터넷판에 게재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명체들은 수면과 각성, 신체 대사율, 체온, 호르몬 분비량, 혈압, 심박수, 호흡수 등의 대부분 생리 현상을 약 하루 주기의 리듬으로 유지하고 있다(일주기 생체리듬).
 
24시간을 주기로 자전하는 지구에서 살아온 동식물들은 내재적인 생체시계를 진화시켜 왔다. 장거리 여행시 시차 부적응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유전자가 생체시계의 본질이라는 사실이 규명되고 이를 구성하는 시계 유전자들이 차례로 밝혀졌다. 그 결과 다양한 생명 현상의 이해에 있어서 내재적인 주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의 개념이 보편화되었으며, 이는 생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암, 우울증, 신경 퇴행성 질환 및 다양한 대사 질환 등의 치료법 개발 분야에서도 생체시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역시 하루 중 활동기에 높은 혈중 농도를 보이는 뚜렷한 일주기성을 보인다. 이를 통해 다양한 필수 생리 작용들이 조절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조절기작은 베일에 싸인 상태였다.
 
부신에서 합성-분비되는 코티졸은 흔히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대뇌 시상하부로부터 CRH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촉발되고, 이어서 뇌하수체의 ACTH 및 부신을 연결하는 HPA 신경내분비 축이 활성화되어 최종적으로 코티졸이 분비되는데, 이는 생체의 내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유발한다.
 
스트레스에 의한 코티졸의 분비 기작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주기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1960년대부터 부신이 가지는 내재적인 일주기성이 스트레스에 의한 부신의 활성화와는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될 가능성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SCN의 중추 생체시계가 HPA 신경내분비 축을 제어함으로써 코티졸의 일주기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어져 왔다.
 
김경진 교수 연구팀은 부신 코티졸 합성 세포들이 자체적으로 생체시계 분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코티졸 합성의 핵심 유전자인 StAR (Steroidogenic acute regulatory protein)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함으로써 코티졸의 일주기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하였다. 특히 김 교수는 부신 코티졸 합성 세포에서만 생체시계가 망가진 형질 전환 생쥐를 제작하여 그 유효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했다.
 
김 교수의 형질 전환 생쥐와 같이 특정 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생체시계를 제어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약 다섯 개의 연구팀에서만 성공을 거둔 최신 기술이다.
 
특히 부신 특이적 생체시계 결핍 생쥐의 경우, 코티졸의 일주기적 합성-분비가 저하되었으나 다른 부신 호르몬의 분비는 정상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실제 인간의 코티졸 분비 저하 질환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질환 동물 모델로서의 가치를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합성 및 분비 조절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일주기적 코티졸 분비 이상이 곧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스트레스성 신경 질환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이 현재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스트레스 관련 질환의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자료문의:
☎ 02-2100-6840~2, 융합기술팀장 배정회, 사무관 이주호
☎ 02-880-6694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