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3, 2008

이상운동질환 - 1. 파킨슨병 (8) 파킨슨병의 치료

어떤 병을 치료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즉 결핵에 걸렸을 때 결핵약을 복용하여 치료하는 것처럼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원인적인 치료와, 고혈압이 있을 때 혈압약을 복용하여 혈압을 조절하는 증상적인 치료의 두 가지이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약을 투약한다고 해서 병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파킨슨병의 치료법은 현재 여러 가지가 개발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어떠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고, 신경과 전문의조차 때로는 아주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맞는 가장 좋은 치료라는 것은 없고, 환자마다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서 이를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가 된다.

간혹 파킨슨병 환자들이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 식품이나 보약 등을 스스로 복용하거나, 또는 그 외의 민간요법에 의지하다가 병이 아주 심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파킨슨병 치료에 책임이 있는 신경과 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성분 미상의 약제를 복용하고서 파킨슨증이 발생한 환자가 여러 명 있고, 약으로 잘 조절되던 환자들도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고서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환자와 신경과 의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파킨슨병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 약물치료

일단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먼저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파킨슨병 치료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원칙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소 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증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처음부터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빨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환자의 현재 상태와 직업, 연령 등이다. 초기의 파킨슨병 환자와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치료 방침은 차이가 많이 난다.

또한 환자의 직업이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증상이 경미해도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주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약물을 시작하지 않고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파킨슨병 환자의 약물치료는 양복을 맞추듯이 재단하여 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설정해야만 한다. 파킨슨병에 걸리게 되면 몇 달 혹은 1~2년 정도의 약물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장기적인 치료계획을 설정하여 이에 맞추어 치료를 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의 상태가 변하게 되면 당시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파킨슨병 치료제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레보도파제제

마도파(Madopar), 마도파 에이취비에스(Madopar-HBS), 마도파 확산정(Madopar dispersible), 씨네메트(Sinemet), 씨네메트씨알(Sinemet-CR), 퍼킨(Perkin), 스타레보(Stalevo)

☞ 도파민 효능제

팔로델(Parlodel), 안티락틴(Antilactin), 브로미딘(Bromidine), 도파진(Dopergin), 씨랜스(Celance), 리큅(Requip), 미라펙스(Mrapex)

☞ 항콜린 제제

알탄(Artane), 비페린(Biperin)

☞ 콤트(COMT)효소 억제제

곰탄(Comtan)

☞ 기타

피케이멜쯔(PK-Merz), 퍼킨트렐(Perkintrel), 마오비(MAO-B), 쥬맥스(Jumex)

▣ 파킨슨병 치료약 복용 시 주의사항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가 감기나 복통 등을 앓게 되어 일시적으로 다른 약을 복용하거나, 혹은 고혈압, 당뇨병 약들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때에는 물론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다른 병을 치료하는 의사 모두에게 현재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파킨슨병 치료약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약물의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거의 모든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된다.

그러나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할 때는 꼭 상담을 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고혈압약과 위장약에도 파킨슨병 약물의 효력을 감소시키는 성분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고혈압약과 위장약의 종류를 꼭 알아두고 진료의사에게 말씀해 주기 바란다.

▣ 파킨슨병 환자의 식이요법

파킨슨병 환자들이 피해야 될 음식도 없지만, 특별히 섭취해야 할 음식도 없다. 다만 비타민-C, 비타민-E(토코페롤)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어 이를 복용하는 것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나 보호자가 특히 많이 질문하는 사항들 중의 하나는 파킨슨병에 특히 좋은 건강식품이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히 좋은 건강식품이나 보약은 없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보면 환자들이 이러한 건강식품이나 보약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파킨슨병의 치료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식이요법이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약물요법에 비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중등도로 진행한 환자에서는 식단의 작은 변화 및 약물의 상호작용으로도 다른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오히려 잘 치료되던 환자가개소주’, ‘흑염소등 보신 식품을 복용하거나 갑자기 고단백 식이를 한 후에, 레보도파제제의 약효가 현저히 저하되어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성분 미상의 건강식품이나 약물을 복용한 후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내원한 경우도 많이 있으며 입원한 파킨슨병 환자 중, 이전에는 전혀 파킨슨병의 병력이나 가족력, 위험인자 등이 없었으나, 건강식품이나 약물을 복용한 후에 파킨슨병 증세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강식품이나 약물의 복용이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악화뿐 아니라 발병 원인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분별한 건강식품이나 약물의 남용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며, 다른 약을 복용할 때에도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투약하는 것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유혹에 빠져들어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하는 것을 보게 되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파킨슨병에서 약물의 흡수 및 작용에 음식, 특히 단백질이 영향을 많이 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식사가 약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극히 일부분의 환자에서 식사에 따라 약효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어, 이때에는 담당의사의 조언을 따르면 된다.

☞ 파킨슨병 환자의 적절한 영양관리 원칙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지방질은 되도록 적게 먹는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염분의 과다한 섭취는 피한다.

☞ 저단백 식이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진행한 파킨슨병 환자에서 운동합병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고, 음식물이 약물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가 있을 때 저단백식이를 해 볼 수 있다. 대개 체중 1kg 0.8g 정도로 단백질을 제한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 엘도파의 흡수와 음식물간의 관계

엘도파는 위에서는 흡수되지 않고, 소장의 벽에 위치한 아미노산 운반체와 결합해서 흡수된다. 흡수된 후에는 혈중 반감기가 매우 짧아서 복용한지 약 60~90분이 지나면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약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소장의 아미노산 운반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엘도파의 흡수 시간이 느려지고, 흡수되는 정도도 줄어들게 되며, 뇌에 직접 작용하는 정도도 감소한다.

지방질이 많은 식사나 식이섬유는 위의 배출시간을 길게 하여 약물의 흡수가 늦어지게 한다. 위산도가 증가하면 위배출 시간이 느려져 흡수속도가 감소한다. 따라서 위궤양치료제인 제산제를 사용하면 레보도파의 흡수가 빨라지고, 음식과 함께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공복에 복용하는 것보다는 흡수가 느려진다.

☞ 엘도파 복용시기

엘도파는 식사 전 15~30분 사이에 복용하여야 일정한 흡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약 복용 후에 심한 오심과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때에는 약을 식사와 함께 복용할 수 있고, 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돔페리돈이라는 약을 사용하여 오심, 구토를 줄이면 약을 복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

▶ 수술치료

파킨슨병에 걸리면 치료약을 매일 여러 번, 평생 동안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번 큰 맘을 먹고 수술을 하여 병을 고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대부분 사용하는 수술법은 국소 마취 하에서 머리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만든 후, 이 구멍을 통해 뇌정위적방법(Stereotaxic method)을 사용하여 바늘을 정확한 위치에 찔러 넣고 전기 자극이나 기록방법으로 위치를 확인한 후 그곳을 강한 전류나 열로써 파괴시키는 비교적 간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뇌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전기적 자극만을 가하는 장치를 삽입하여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하는 장치(DBS = Deep Brain Stimulation)들도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수술로 치료한다는 의미가 병 자체를 완전히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 수술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뇌조직의 생리적 변화를 수술로 감소시켜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을 한다고 해서 병의 진행이 멈추는 것은 아니고, 수술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술 이후에도 약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계속 복용하여야 한다.

단지 수술로써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고 투약 스케줄을 간편하게 할 수는 있다. 파킨슨병에서 사용하는 수술법들은 보통 부작용이 적기는 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영구적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는 환자들은 질병이 많이 진행되어 약물치료로 더 이상 적절한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환자들이다.

진전이 심한 환자들은 약물의 효과가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시상파괴술(thalamotomy)을 통해 약 90%정도의 환자에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또한 병이 오래되고 약물을 장기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운동증 같은 불수의 운동 증상의 경우에도 담창구파괴술(pallidotomy)로써 효과적으로 치료되고 있다.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시상파괴술이나 담창구파괴술은 실제 머리에 구멍을 뚫고서 수술하는 것이 아니고, 특수한 방사선치료 기법을 이용하여 뇌 밖에서 뇌 안의 특정 부위에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원하는 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뇌의 특정부위에 전기 자극기를 삽입하는 시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이전의 수술법과는 달리 뇌의 특정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으로, 양쪽 뇌에도 큰 부작용 없이 시술을 할 수 있고, 기계조작을 통해 자극의 세기를 수술 후에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치료의 효과를 반영구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고, 여러 가지 증상에도 복합적으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기 자극기의 비용이 고가이고, 피부 속에 항상 전지를 휴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2005년부터는 이 뇌심부자극술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태아 뇌세포 이식술은 한때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좋은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많지 않고, 오히려 심한 이상운동증과 같은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치료법으로 추천되지 않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이식술 및 이식된 세포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신경영양인자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와 같이 파킨슨병의 수술적 치료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수술 전에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기술적인 면이 있으므로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과 의사로부터 충분한 약물치료 기간을 가진 후에 치료반응을 판단하고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