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6, 2007

스페인 카디즈(Cadiz, Spain)

피아노 선율에 맞춰 파도와 춤을 추는 항구도시 ··· 카디즈
 
인구 15만명의 작은 항구도시 카디즈는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방의 주도인 세비야(Sevilla)에서 기차로 2시간 남짓 남서쪽으로 달려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스페인 지도에서 찾아보면 이베리아 반도(Iberia peninsula)의 끝에서 대서양을 향해 작은 반도처럼 돌출해 있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카디즈는 지금부터 약 3,000년 전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도시가 건설된 후 로마, 서고트(Visigothic Kingdom),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특히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수많은 대형 선박들이 항구를 가득 메워 세비야와 함께 선박도시로도 명성을 날렸던 곳이라 한다. 콜럼버스의 탐험선도 이곳에서 두 번이나 출항을 했고, 신대륙이 발견된 후에는 아메리카 대륙과의 물류교역 중에서 75%를 담당하여 부와 명성을 쌓은 항구도시라 한다.
 

 
13세기 알폰소 10(Alfonso X)가 이곳을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탈환하여 그리스도교의 도시로 재건하면서 카디즈 곳곳에서 새로운 활력과 생명력이 넘쳐 났다고 한다. 포도주와 광산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선박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제작하는 조선업이 번창하면서 카디즈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선진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의 축적은 곧 해적들의 표적이 되었고, 그들의 끊임없는 약탈과 침략으로 카디즈 시민들은 고통을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아무튼 현재 카디즈는 해군사령부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스페인에서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항구도시 카디즈는 큰 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천혜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어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오른쪽으로 과거의 명성을 느낄 수 있는 카디즈 항구가 있고, 건너편으로 구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카디즈 여행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산 후안데 디오스(San Juan de Dios) 광장을 따라 좁고 기다란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그리 크지 않은 카디즈 성당이 눈앞에 바짝 다가 선다. 세비야(Sevilla)나 코르도바(Córdoba)를 거쳐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이 성당은 아주 작아 시시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성당에는 카디즈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마누엘 파야(Manuel de Falla y Matheu, 1876.11.23.~1946.11.14., 작곡가, 피아니스트)의 무덤이 있어 파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성당은 크기는 작지만 카디즈 시민들의 정신적 메카이자 삶의 기반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


 
한낮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수평선 넘머로 서서히 고개를 숙일 때 햇살은 세상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해변 한 귀퉁이에서 카디즈가 낳은 스페인 최고의 국민주의 음악가 파야(Manuel de Falla y Matheu)가 그랜드 피아노를 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는 노을 빛을 가슴 가득 안으며 태양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른다. 붉게 물든 하늘에 조금씩 어둠이 배이기 시작하면서 피아니스트의 열 손가락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은 붉은 태양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고, 발레리나의 강렬해진 춤사위는 카디즈의 해변을 열정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집시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작곡한 발레음악 「사랑은 마술사」의 여주인공 칸데라스처럼 발레리나의 춤사위는 간절한 사랑으로 몸부림치는 그녀의 절규에 찬 몸짓이 표현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엷은 구름 사이로 뻗어 나오는 여린 광선을 두 사람을 검은 그림자의 실루엣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카디즈의 밤은 시작된다. 파야의 예술적 향기를 가슴에 가득 담은 채 발길을 옮겨 성당 뒤로 돌아서려는 순간 청량제 같이 시원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카디즈의 또 다른 색깔을 느끼게 해준다. 성당을 중심으로 양쪽에 끝없이 펼쳐진 해변은 좁은 골목길과 작은 성당을 보던 조금은 답답했을 수 있던 마음을 말끔히 없애 주며 항구도시의 매력에 빠져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