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의 젖줄인 마인(Main), 타우버(Tauber), 레흐(Lech) 강(江)을 따라 옛 독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꿈과 낭만이 스며 있는 동화 속의 도시, 「로만티크 街道(Romantische Straße)」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묶어 두기에 충분하다. 퓌센은 뮌헨(München)에 머물며 당일로 다녀오기 좋은 곳으로 뮌헨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hJe1qOIe9Cu0ivTBg9c8pZppPE4RBuxqa_ix9hiAYuR1W80vqUX7MhiFS3a58_F2EubY8gQaO0OSRhAluUttw-gDFLRyGjV_hL8UUhD9uw11U6hJbbLti5xnRVFsmJsSlXQ5JT/s1600/fussen1.jpg)
울창한 수풀을 지나다 보면 느닷없이 고풍스러운 고성(古城)이 나타나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온 느낌을 갖게 한다. 차창 밖으로 부서져 내리는 전원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알프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몇 줌의 바람은 영혼까지 맑게 한다. 마치 동화책 속에서나 한번쯤 본 듯한 이미지들의 결정체가 바로 로만티크 가도(街道)의 종점인 퓌센에 응축되어 있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jjKnxgOgCIm9rGpdTSyzK7tx2oElr8PAz_EjIqse6IBrGxVkxbamJFUmnetWwTrZNShEOIpiX-Ew2ftTh7uXnceNfzzQ04IzFSsd2ROS2CTiEBAHwg7AZRSGZM4mMnj2TC8PDs/s1600/fussen2.jpg)
빼어난 자연경관과 중세의 고성(古城)들이 빚어 내는 아름다움과 어두운 삶의 그림자를 짙게 남긴 채 사라져 버린 「루트비히 2세」의 흔적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퓌센은 유로화가 사용되기 전 독일의 50마르크 지폐에 새겨진 도시이기도 하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jw_R6e-kr0NCGrdSP6I2O3DKPUlxiw_-qaovfGKwNPxQb94dIzFkHuS92TTqbQ1QuWAgXZttpUdsBPwCT2JYhXMhU_gp4ZCbNf-8ecyzbiZCKVlv33Ek2J2rzTAmkKoTAoiiAV/s1600/fussen3.gif)
독일의 로만티크 가도(街道)여행은 체코 프라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뷔르츠부르크(Würzburg)를 출발해 「중세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로텐부르크(Rotenburg)와 딩켈스뷜(Dinkelsbuhl)을 거쳐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자유정신이 르네상스식 건물 곳곳에서 묻어나는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에 이르면 로만티크 가도(街道)여행은 절정에 이르지만, 이들 도시들은 로만티크 가도(街道)의 정수인 퓌센을 보기 위해 잠시 들러리 섰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동화 속의 성, 백조의 성 ···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퓌센에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디즈니 성(城)의 모델(월트
디즈니가 이 성을 모델로 하여 '월드 디즈니 성'을 만들었다는 일화)이며, '신 백조의 석성(新白鳥石城)'이란 의미의 『노이슈반슈타인성(Schloss Neuschwanstein)』이 있다. 이
성(城)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州의 국왕 루드비히 2세(Ludwig II)가 권력과 재력을 동원해서 1869년에
만든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이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iP7KHKEK2XDpfsN1okDMC1VbARu30psN-1AWc7iS-J5pjrMqIUDudYVa6XWbbXT8w4Yc2ZKSJWtfuZ4bxyY0t8kuSvCLnGsE4rhxwwgVV4vs8veiDLMhWI0uK-TQ3ICYM0nryz/s1600/fussen4.jpg)
루드비히
2세의 예술적 영혼,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 詩·음악·미술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루트비히 2세는
18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보다는 예술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다. 루트비히 2세는
결혼을 하지 않고,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며 점점 더 깊은 예술세계로 빠져들었다. 주변의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힐수록 루트비히 2세는
더욱 더 현실을 외면하고 동화 속의 어린 왕자나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변해 갔다. 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城)」을 비롯해 「린더 호프 성(城)」, 「헤렌
침제 성(城)」 등을 짓는 데 몰두했다.
루트비히 2세는
16세가 되던 1861년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의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을 관람하면서 운명적인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 하게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루트비히 2세의
삶이 녹아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루트비히 2세와
함께 바그너의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iP7a553zBR9nOjE8rQFwt9QsqYR7d0K74BXsBDE9vQYe7bD0R2Mn0xwNjXc0tnq_4GMhGCm9rMSBBmvgt-9I8RTqGbKmjfMtx7S1cuotVKf2Q1zOB6D_LgqOFZ1djflbqEZWCb/s1600/fussen5.jpg)
벽에 걸린 모든 벽화와 그림들이 오페라의 등장인물과 배경을 담고 있어서 바그너의 음악세계가 살아 숨쉬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거실에는 오페라 「파르치팔(Parsifal)」과
「로엔그린」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아름다운 회화로 그려져 있고, 창쪽
한 귀퉁이에는 약혼녀인 소피 샤를로테(Sophie Charlotte Auguste )가 선물한 백조 모양의 화병이 놓여 있다. 성의
내부 곳곳에 백조를 이미지화해 방 문고리, 커튼, 벽화 등 백조의 형상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또한
거실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엔 오페라 「탄호이저(Tannhäuser)」, 각
방엔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 Isolde)」,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와 연관된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성 안을 여행할수록 루트비히 2세가
얼마나 바그너의 오페라를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노이슈반슈타인 성(城)」에서 루트비히 2세는
채 6개월을 살지 못했고, 정작
바그너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jGsNR4pxShU3Py3Vmlr32x61LEbABu07CkdZyfVcctGPDM05weVVNikzoDtiCtKYBb9_nG9vH0W1drjC59cDhyTPCi0CSubavMX8BuZgRxmekRlg4vdoXxNcH9pZ2VwJR_JI8t/s1600/fussen6.jpg)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후세에 관광지 따위로 전락하는 것이 싫다며 자신이 죽으면 성을 부숴 버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고 바이에른의 최고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었고, 심지어 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 성도 이 성을 본뜨게 되었다 한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도 루트비히 2세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하나 이번에도 역시 성은 부숴지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