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23, 2012

Ⅴ. Musical 『Notre Dame de Paris』 관람 포인트 (5) 무대와 조명, 의상(Stage & Lighting, Costume)

Musical Notre Dame de Paris』 관람 포인트》 ··· 무대와 조명, 그리고 의상(Stage & Lighting, Costume)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처음 접했을 때 장엄하고 매혹적인 선율에 압도되었던 본인이 문학적인 접근을 한 후에 다시 공연을 관람하고 감동의 폭을 넓혔던 기억이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금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 공연을 찾았을 때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에서 인지는 몰라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안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 관람을 할 당시에 느꼈던 커다란 감동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씩 허전함으로 채워졌다. 가슴속에 무언가 남는 허전함, “무엇인지 놓치고 지나친 것이 있지는 않았나?”하는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무대와 조명 그리고 의상에 대해서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Stage)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들의 무대는 사실적이고 디테일함을 추구하는데 반해, 무대디자인너 ‘Christian Rätz(크리스티앙 래츠)’가 만들어낸 『Notre Dame de Paris』의 무대는 상징적이고 시적인 요소가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를 찬찬히 살펴보면, 무대의 뒷부분에 가득 채워져 있는 벽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나마 군데군데 서 있는 직사각형의 구조물이 몇 개가 다였으니 말이다.
 
여기서 무대 뒷부분을 가득 채운 벽면은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의 성벽을 묘사하는 것으로 공연 전체의 모든 장면과 잘 어우러질 뿐만아니라 독창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성벽은 여러 장면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연기자의 노력을 돕는 역할을 멋지게 하였다.
고정되어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벽 이외에 무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이동식 세트가 있는데, 하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서쪽 전면에 있는 69m 높이의 쌍탑(북쪽 석탑과 남쪽 석탑)을 묘사한 직사각형 모양의 돌기둥이며, 다른 하나는 “Les Cloches(The Bells; 성당의 종들)” 장면에서 무대로 나와 인상적인 모습을 남겨준 ‘Three Maries(세 마리아 - 작은 마리아: 세상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알리는 종, 큰 마리아: 항해를 떠날 때 알리는 종, 가장 큰 마리아: 결혼을 알리는 종)’라는 이름이 붙여진 종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돌기둥 꼭대기에는 고딕 성당의 낙수물받이 돌의 머리 장식인 흉측한 외모의 가고일(Gargoyle) 석상 구조물이 올려져 있는데, 이는 괴물의 형상을 이용하여 중세 교회가 고대 토착종교의 악한 영혼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부여했던 것이라고 한다.
 
극 중에서 가고일 석상이 얹혀진 돌기둥들(모두 3)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석탑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요구되는 장면이면 어김없이 무대위로 등장하여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자유자제로 더해주었다. 특히, Esmeralda(에스메랄다)의 매혹적인 손길을 갈망하며 한편으론 평생의 신념을 버린 후 겪게 될 고통을 예견한 Frollo(프롤로)가 에스메랄다가 결국은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몹시 괴로워하는 “Tu Vas Me Détruire(You Will Destroy Me; 파멸의 길로 나를)” 장면에서 돌기둥들이 프롤로를 압박해 오는데, 밀어내면 다시 압박해 오는 3개의 돌기둥들을 통해 거부할수록 더욱 강하게 파고드는 에스메랄라에 대한 욕망과 심경의 중압감을 멋지게 표현하였다.
또한, “Les Oiseaux Qu'on Met En Cage(The Birds They Put in Cages; 새장 속에 갇힌 새)” 장면에서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의 행방을 모르는 Quasimodo(콰지모도)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돌기둥 위에서 노래부르는 설정이있는데, 여기서 돌기둥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진정한 주인이며 상징이기도한 콰지모도의 또 다른 자아로서 그의 기괴한 심정을 표현해 주고 있었다.
 
콰지모도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무대에서 사용된 그 무게가 무려 100kg이나 된다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 세 마리아(Three Maries - 작은 마리아: 세상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알리는 종, 큰 마리아: 항해를 떠날 때 알리는 종, 가장 큰 마리아: 결혼을 알리는 종)’는 성당의 종지기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콰지모도가 “Les Cloches(The Bells; 성당의 종들)” 장면에서 사랑하는 여인 에스메랄다의 행방을 알 수 없어 괴로워하는 심리적 갈등과 절망감, 그리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인상적으로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무용수들이 종에 매달려 마치 그네를 타듯이 발을 구르는 아크로바틱(Acrobatic) 모습과 전후 좌우로 느리게 스윙(Swing)을 하면서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공연을 훌륭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조명(Lighting)
 
조명디자인은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의 연출가 ‘Gilles Maheu(질 마으)’와 오랜기간 함께 작업을 해오며 최고의 조명 디자인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는 ‘Alain Lortie(알랭 로르띠)’가 맡았는데, 그는 이미 1993년 이 뮤지컬의 극본과 작사가인 ‘Luc Plamondon(뤽 플라몽동)’과 뮤지컬 『Starmania(스타마니아) Mogador(모가도르)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Notre Dame de Paris』에서 블라인드 기법과 함께 사용된 그의 조명디자인은 무대 위에 상징적이고 암시적인 요소를 연출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오케스트라(Orchestra)의 짧은 ‘Ouverture(서곡)’으로 뮤지컬의 막이 오르면서, 거리의 시인으로 등장해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사건이 일어 날 때마다 그 의미를 관객에 말해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의 역할을 하는 Gringoire(그랭구아르)가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Le Temps des Cathédrales(The Age of the Cathedrals; 대성당들의 시대)” 장면에서 노래 중간에 무대를 횡단면으로 가리고 있던 블라인드(Blind)가 열리면서 뒤에 감춰졌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커다란 벽면과 가고일이 얹혀진 돌기둥이 자리를 잡는 장면은 조명과 블라인드 기법만으로도 무대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또다른 제2의 무대를 제공해 주었다.
블라인드 기법과 함께 한 조명효과는 이밖에도 Esmeralda(에스메랄다)에게 마음을 빼앗긴 Frollo(프롤로) Gringoire(그랭구아르)에게 그녀를 멀리하라고 경고하는 “Anarkia(Fate; 숙명)” 장면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에 새겨진 ‘ANArKH’란 단어의 표현과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약속장소인 발다무르(Val d’Amour) 카바레로 향하는 페뷔스(Pheonus)를 미행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싶지 않거든 발길을 돌리라고 협박하는 “L'Ombre(The Shadow; 그림자)” 장면에서도 심리적 갈등과 암시적 효과를 더하는데 활용되었다.
또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거대한 직사각형의 쌍탑 사이에 자리한 첨탑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보석이라 불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심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의 창(Rosace)’을 무대 바닥에 조명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와 약혼녀인 Fleur-de-Lys(플뢰르--리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Déchiré(Torn Apart; 괴로워)” 장면에서 3명의 배우들의 각각의 내면 갈등과 이들의 내면을 외면화시킨 무용수 3명에 갈등 연기를 핀조명(Pin Lighting)으로 처리하는 등 적절한 조명효과로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서, 그 공간에서 요구되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빈무대를 효과적으로 채웠으며 심지어 서정적인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의상(Costume)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의 의상을 살펴보면, 시대적 고증(考證)에 너무 깊이 치우치지 않고 소박한 무대의상을 지향(志向)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의상도 없고 배우들이 극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심플하면서도 캘릭터를 살린 컨셉의 의상으로 상징적이고 모던한 느낌을 주고 있다.
유명 의상디자이너 ‘Geneviève Sevin-Doering(쥬느비에브)’의 문하생 출신으로, Enki Bilal(엔키 빌럴)과 함께 Angrelin Preljocaj(엔젤린 프를조캐치)의 발레 『Romeo and Juliet(로미오와 줄리엣)』의 의상을 담당하는 등 프랑스의 톱 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히고 있는 파리의 오뜨 꾸뛰르(Haute Coutre) ‘Fred Sathal(프레드 사탈)’이 『Notre Dame de Paris』의 의상디자인을 맡았는데, 그녀는 출연진들의 각 캐릭터가 세밀하게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지닌 120여 벌의 의상을 제작하여 『Notre Dame de Paris』의 완숙도를 더했다.
언뜻 보기에 단순한 듯 하지만 특유의 섬세함과 독특함이 녹아들어가 있는 그녀가 제작한 무대 의상들은 의상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이는 입체성과 다양성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획일화된 평면 패턴을 배제하고 모든 의상에 입체 패턴을 적용하였고, 창조성을 더하기 위해서 염색 또한 현존하는 염색 기법을 다양하게 모두 사용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공연 내내 10kg이상의 무대의상을 입고 성당벽을 타기도 하고 바퀴에 굴려 다니기까지 하면서 땀을 뻘뻘흘리는 Quasimodo(콰지모도)의 육체적 고역을 배려한 겨드랑 트임 의상과 같이 연기자의 활동력을 높여주는 세심함도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의상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는 독창적이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창의적이고 함축적인 무대를 사용하여 기존의 무대가 갖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었고, 여기에 알맞은 조명과 의상의 조화를 통해서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