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고뇌와 열정(The Agony and the Passion)
『고뇌와 열정(The Agony and the Passion)』이란 소제(小題)의 공간에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 그리고 20세기 후반 독일 신표현주의(新表現主義, Neo-Ex·pressionism)의 선구자인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를 포함한 신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 등 총 22점이
관람객의 눈길을 기다리며 전시되어 있었다.
20세기 서구 화단을 지켜온 현대 미술의
증인으로 모더니즘 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변화무쌍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쳤던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중에서는 이번 전시에는 ‘청색시대(The
Blue Period, 1901-1904, 청색이 주조를 이루며 하층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생활 참상과 고독감 표현했던 시기)’와
1940~1950년대 활동했던 작품들 8점이 소개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 심리의 내면세계 및 잠재의식의 세계를 표현적 왜곡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에 숱한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많은 여인들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공식적으로는 '페르낭드 올리비에(Fernande Olivier, 1904년 만남)'와 '에바 구엘(Eva Gouel, 본명 Marcelle Humbert, 1911년 만남)’을 포함하여 모두 7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그 중에서 '올가 호흘로바(Olga
Khokhlova, Ольга Хохлова, 1917만남)', '마리
테레즈 발테르(Marie-Thérèse Walter, 1927만남)', '도라 마르(Dora Maar, 1936년 만남)',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 1943년 만남)',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1953년 만남)' 등의 5명의 여인들과 결혼을 하거나 동거생활을 하였다.
'파블로 피카소'에게 있어서 여인이란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도구였다고 생각된다. 그는 여자를 통해 자신의 예술혼을 승화시켜왔으며, 실제로 여자가 바뀔 때 마다
그림의 풍도 달라졌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의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Woman in a Green Hat, 1947)』이란 작품의 대상 모델은 피카소의 7명의
여인 중 6번째이며, 유일하게 '파블로
피카소'를 보란 듯이 차버린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 1943년 만남)’이다. 작품 속의 '프랑수와즈 질로는 거의 동물적일 정도로 강인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두
눈은 서로 다른 크기로 묘사되었고 그나마 한쪽 눈은 묘하게도 모자에 가려있다. 모델이 ‘파블로 피카소'가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사랑하던 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소와 같이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관찰을 하며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그림 속에 드러나 있었다. 작품을 지배하는 색들, 즉 회색과 초록, 황토색 또한 냉철하고 건조한 느낌을 준다. 평면적인 형태에 검은색
윤곽선을 그려 넣는 식의 극단적인 방식 또한 동일하다. 이 작품을 할 때 ‘파블로 피카소’에게 여인이란 그저 안에 있는 구조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방안에 있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변형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그의 모델의 운명도 물리적 구조였던 것이다.

실제로 ‘파블로 피카소’가 “남들이 자서전을 쓰듯 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란, 완성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내가 쓴 일기의 한 페이지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라고 회고를 했듯이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Woman in a Green Hat)』는 정통 초상화가 아니라 작가가 사랑하는 여인과 나눈 정신적이고
지적인 대화의 기록에 가까웠던 것이다.
『지중해 풍경(Mediterranean Landscape, 1952)』은 얼핏 보면 한가로운 지중해의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파블로 피카소’가 부인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와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의 답답한 내면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한다. 1943년 처음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난 '파블로 피카소'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1947년 그녀와 함께 프랑스 남부 골프쥐앙(Golfe-Juan)에
정착을 하여 다작(多作)의 작가로 변신, 하룻밤에 여러 점의 대작을 완성하곤 하였다.
실제로 복잡하게 이 시기에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캔버스에 기록된 제작일자가 같은 크기의 『앉아 있는 여인(Femme Assise, 1952)』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골프쥐앙에 정착한지 1년 후 라 칼로아즈라는
큰 빌라를 장만하고 딸 '팔로마(Paloma Picasso, 1949~)'를
낳았으나 이후 두 사람의 사이에 갈등이 깊어져 1953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이 작품이 완성될 당시인 1952년 '파블로 피카소'는 '프랑수와즈 질로'와 갈등이 깊어져
있던 상태로 단순히 여유로운 지중해의 풍경을 묘사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 작품은 당시 그들이 살고
있었던 라 갈로아즈 빌라의 모습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조금 이상하게도 그림 속의 빌라는 화면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에 배치되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또 그 내부 또한 이상할 정로 복잡하고 너무나도 화려하다. 이는
당시 그가 겪고 있었던 압박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그림의 오른편에 보이는
배와 그 안의 사람은 이 힘든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화가의 심경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건물의 구조와 동시에 그림 오른쪽에 담이 있는 정원과 바다 풍경에는 화면을 거의 할애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이 억압되어
있는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고, 그림의 배경 오른쪽에 있는 요트는 '파블로
피카소'가 눈 앞의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탈출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수와즈 질로’에게 버림을 받은 ‘파블로 피카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그는 보란 듯이 자신을 차 버린 유일한 여성인 '프랑수와즈
질로'를 두 아들을 볼모로 자신과 다시 결혼을 하자고 설득해서 이미 다른 사람과 재혼을 했던 그녀를 이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젊은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1927~1986)'와 결혼을 하여 자기가 다시 '프랑수와즈
질로'를 차버리는 치졸한 복수를 했다. 이렇게 '파블로 피카소'가 드러낸 치사하고 옹졸한 속물적인 성격과 평상시 의미없는 잡담을
즐겼던 가벼움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파블로 피카소'는 자신이 불행할 때는 여인에게서 위안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의 여인이 불행해졌을 때는 따뜻하고 깊은 위안을 건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에게 사랑이란 욕정과 소유와 쾌락의 의미였지,
희생이나 헌신의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들은 그와의 생활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맛볼 수 없는 명성을 그와 함께 향유하였고 물질적인
보상을 받았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일반적인 남자에게서는 체험할 수 없는
'파블로 피카소' 만의 창조적인 열정과 성격을 통해서 그녀들의 생애에 색다른 의미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파블로 피카소'를 증오만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블로 피카소'는
헌신과 희생이 무엇인지,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세상을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그림만 잘 그렸던 것이다…

자신의 재능만을 믿으며 하나님을 외면하며
여느 속물적 인간처럼 혹은 그보다 더 나쁘게 사는 것 보다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은 자의 축복이
더 소중한 삶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파블로 피카소'는 그의 나이 80세인 1961년 그의
나이보다 45살이나 젊은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1927~1986)’와 3번째
결혼을 했으며, '파블로 피카소'의 삶과 예술에 있어서 여자들의 역할이
그러했듯이 그의 말년에 자클린은 가장 소중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걱정과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공포 속에 사로잡혀 있던 '파블로 피카소'를 보듬었다고 한다. 그의 말기 작품에서 자클린은 여자다움과 아름다움, 욕망의 상징적 인물이었다고 한다.
1963년 4월 23일 '파블로 피카소'는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를 모델로 이날 하루 동안 3점의 누드화를 그렸는데 『의자에 앉은 누드(Nude Seated in A Chair,
1963)』는 그 중 세 번째이자 마지막 그림이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그림 속 여인 몸의 색상이 1/2로 갈라져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데, 노랑색과 회색이 그림의 배경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여인의 몸은 엷은 빨강과 은은한 초록이 주조를 이루고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런 색들을 거침없는 붓 놀림으로
처리하였고 캔버스에는 붓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파블로 피카소’가 내부에 잠재해 있던 에너지를 분출시키며
격렬하고 투박하게 그러면서도 동시에 직접성이 돋보이는 화법을 시도한 것이 느껴졌다.

‘파블로 피카소’는
1953년 26세의 젊은 여인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1927~1986)’를 만나서 그녀를 작품 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독서하는 자클린(Jacqueline Lisant, 1958)』은
석판화(lithograph) 작품으로 이 작품에 모델이 된 3년 후인 1961년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파블로 피카소'의 생애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그녀는 가장 많이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한 여인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책을 보고 있는 ‘자클린 로크’의 눈이 유난히도 슬퍼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파블로 피카소'와의 삶에서 느껴지는 불안스러운 미래와
그리움이 이미 뒤섞여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파블로
피카소'는 ‘올가 호흘로바(Olga Khokhlova; Ольга Хохлова)’, ‘마리 테레즈 발테르(Marie-Thérèse Walter)’,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 등 세 명의 여인에게서 이미 4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으며,
'파블로 피카소'의 3번째 부인으로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 ‘자클린 로크’는 그의 막대한 재산을 둘러싸고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의 여자 중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했던 그녀는 '파블로 피카소' 사후에 끊임없이 그를
그리워하다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를 옆에서 지켜 보았던 유명한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더글라스 던컨(David Douglas Duncan, 1916~2002)’은
"'자클린 로크'와 '파블로 피카소'는 두 사람이 스스로 창조한 세계 속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파블로 피카소'는 왕처럼 군림했는데, 오직
두 가지 보물만을 수호했다. 그것은 일에 대한 자유와 '자클린 로크'를 향한 사랑이었다."라고 회고했지만 '파블로
피카소'가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를 진심(?)으로
사랑했을지는 의문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꿩(The Pheasant, 1938)』은 한 마리의 수꿩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묘사한 작품으로 드물게 구상적(具象的)인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복잡한 사물도 쉽게 꿰뚫어 보고 아주 간단하게 묘사하는 소질을 가진 '파블로 피카소'는 큰 붓질 몇 번으로 몸통을 만들고, 날개가 그려졌으며, 깃털이 표현되었다. 여기에
그만의 색채까지 더해져서 비록 죽은 꿩이었지만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잿빛의 평평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죽은 수꿩을 사변적(思辨的; 경험에 의하지 않고 순수한 이성에 의하여
인식하고 설명)으로만 그리지 않고 화려한 색채가 멋진 깃털을 가진 꿩으로 재탄생시켰다.

'파블로 피카소'의 『검소한 식사(The Frugal Meal, 1904)』는 아연에 에칭(Etching)을 한 작품으로 '파블로 피카소'가
인간의 비참함과 소외, 절망을 주요 테마로 그림을 그렸던 ‘청색시대(The
Blue Period, 1901-1904)’의 걸작 중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제작 당시에는 『맹인』이란 이름이었다가 1928년에 다시 『검소한
식사』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맹인과 동반자의 야윈 얼굴은 이들이 처한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포옹하는 자세로 일체가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시선은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잘 나타내고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스 태생의 에스파냐(España; Spain) 화가로 17세기 르네상스 말기 에스파냐의
펠리프 2세(Felipe II, 1527~1598)의 궁중화가였고, 20세기 초 독일의 표현주의(表現主義, E-pressionismus)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핼쑥한 얼굴 표정, 거미줄처럼 긴 손가락, 가늘고 앙상한 팔, 그리고 판화의 특징인 흑백의 조화가 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고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의 『다윗과 밧세바(David and Bathsheba after Lucas
Cranach, 1949)』는 성경 속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린 석판화(Lithograph)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왕 다윗이 왕궁 테라스를 거닐던 중 밧세바가 목욕하는 것을 발견하고 몰래 지켜보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 작품은 1526년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1472~1553)'가 그린 같은 이름의 작품을 기초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구약성서(舊約聖書, Old Testament) 사무엘기(Books
of Samuel) 하(下)편에 나오는 일화(욕정에 사로잡힌 다윗 왕은 밧세바를 데려 오라고 명령하고 계략을 꾸며 그녀의 남편 우리아-Uriah-를
죽음에 이르게 하여 결국은 그녀와 결혼하는데 성공하지만,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될 거라는 나단-Nathan-의 예언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죽고 만다. 하지만
두 번째 아이, 즉 미래의 솔로몬 왕은 살아남는다)를 근거로 한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10번 이상의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무엇을 그렇게 고칠 것이 많았을까?... 본인으로서는
이해할 길이 없었다.

'파블로 피카소'의 『실베트(Sylvette, 1954)』는 젊은 시절의 ‘실베트 데이비드(Sylvette David; Lydia Corbett)’의 초상화이다. 머리를 뒤로 묶은 말총머리의 청순한 여인이 흑과 백의 톤으로 묘사되어 있다. 흰색을
이용하여 실베트의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 같았다.
1953년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연인과 이별을 한 '파브로 피카소'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당시 17세의 젊은 ‘실베트(Sylvette David; Lydia Corbett)’를 프랑스 발로리스(Vallauris) 거리에서
만나게 되며, 그녀의 외모와 금발 말총머리에 매료되어 그녀를 옆에 두고 싶어 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처음엔 모델이 되어 달라는 제안으로 그녀에게 접근을 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전의 여인들과는 달리 실베트와는 12편의 연작을 그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자신을 차버린
‘프랑수와즈 질로(Françoise Gilot)’로부터 질투심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실베트'를
그렸다고 말했다고 하니, 남자로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치졸함도 서슴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어 측은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는 ‘프랑수와즈 질로’로부터의 질투심 운운 했지만, ‘실베트’를 만난 같은 해 26세의 젊은 여인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1927~1986)’를 동시에 만나고 있었다. 물론 이때도
자신의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제안하는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렇게 두 여인 사이를 오가며 정육점 주인처럼
저울질을 실컷 하던 그는 자신이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고 느낀 ‘자클린 로크’와 1961년 결혼을 했다.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말하는 것이 자신의 예술적 천재성을 더 빛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차마 몰랐었던 것일까? 왜 피카소는 자신의 눈앞의 체면만을 생각하고 가볍게 임기웅변을 했는지… 그도 지금 이 지구에 있었다면 후회를
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스페인 내전의 비극에 큰 충격을 받은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는 '프랑코(Francisco Franco,
1892~1975)' 총통의 공포정치에 대한 항의로 1938년 4월 『새와 벌레들(Birds and InsectsBirds and
Insects)』이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림 중앙에 깃털이 뽑힌 암컷 새가 악마처럼 웃는
벌레들에 둘러싸여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묘사했다. 물론 작품 속의 새는 스페인의 짓밟힌 자유를
상징하며, 외부의 위협에 강력히 저항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호안 미로’는 스페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결코 희망을 잃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가 『게르니카(Guernica, 1937; 에스파냐
내란을 주제로 전쟁의 비극성을 표현한 피카소의 대표작)』를 통해 스페인 내전의 충격과 비극을 표현한
것과 같이 '호안 미로'는 『새와 벌레들(Birds and InsectsBirds and Insects)』이라는 작품을 통해 공포정치에 저항하였던 것이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의
『'가젤'이라는 이름의 말(White
Horse ‘Gazelle’, 1881)』은 넓은 들판을 달려야 할 말이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이 슬퍼 보이는 것이 평생 다리를 못쓰게 된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여 묘사한 것 같은 작품이었다. ‘가젤’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이 집에서 키우던 말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미디피레네(Midi-Pyrénées)지역의 알비(Albi)라는 도시의 귀족 가문에서 출생한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은 본래 허약한데다가 어려서 사고(14, 15세때
두 차례)로 두 다리를 못쓰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화가가
될 것을 결심하고 그림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그는 귀족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미워하며 동물, 서커스, 놀이터, 운동경기
등을 주로 그렸으며, 색채의 취급과 성격묘사에 뛰어난 인상파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고독한 영혼의 모습으로 단순한
화면처리와 애수의 분위기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성립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와 집요한 자기 응시로 세상 속에 던져진
인간의 불안을 극대화 하고 고독한 자로서 재현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초상화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안네트의 초상(Prtrait of Annette, 1958)』이란 작품 속의 인물이 노려보는 시선과 침울한 얼굴 표정은 관람하고
있는 본인을 위협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초상화는 그의 나이 57세에 스무살이나 어린 사랑하는 아내인 ‘아네트(Annette
Arm)’였다고 하는데, 비교적 늦은 나이인 48세에 결혼을 한 그가 왜 자신의 아내의 모습을 사랑스럽고
예쁘게 그리지 않고 저토록 어둡게 그렸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초상화는 밖으로 드러난 외관의 일시적인
기록이 아닌,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꿰뚫어 모델의 진정한 본질을 간파해 내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초상화 속의 모델이 실생활 속에서처럼 생동감이 가득 차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와 동시에 불가측의
심오한 느낌까지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도 남편이 그린 초상화 속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을까?’…



또한, 비가시적인
꿈과 환상을 무의식에서 찾아 기호를 통해 나타낸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의 『새와 벌레들( Birds and InsectsBirds and Insects, 1938)』과
자연을 근본적인 원형으로 보고 단순성과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한 ‘한스 아르프(Hans Arp, 1887~1966)’의 『맹수의 발톱을 한 머리(Claw-Head, 1949)』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이전에는 터부시 해오던 서술성 이미지로 복귀하여 시대적, 정신적
상황을 인물이나 자연적 이미지를 빌어 내면세계를 표현한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의 『잿빛 하늘-리믹스(Grey Sky-Remix,
2007)』, 『우랄산맥의 옛 작품들(The Old
Works in the Urals, 1999)』, 『내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Someone Painting My Portrait, 2002)』과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üpertz, 1941~)’의 『여자 없는 남자들 ‘파르지팔’(Men without women ‘Parsifal’, 1993)』, 『연극 ‘오델로’(Theatre ‘Othello’, 1996)』 등의 작품들도 흥미로웠는데 때로는 무의식에서 또는 인간과 자연에서 소재를 찾고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표면에서 내면으로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정신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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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Alberto Giacomettiat the Museum of Moder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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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Joan Miró at the Museum of Modern Art
ㆍOlga's Gallery: Joan Miró
ㆍJoan Miró-THE ILLUSTRATED BOOKS
ㆍToulouse-Lautrec and Montmartre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ㆍWebsite about Lautrec with virtual tours
ㆍToulouse-Lautrec and Paris exhibition at the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ㆍAlfred Werner, "Amedeo Modigliani". Harry N. Abrams, Inc., New York, 1985.
ㆍAmedeo Modigliani at the Hecht Museum
ㆍRose-Carol Washton Long, "German Ex·pressionism: Documents from the End of the Wilhelmine Empire to the Rise of National Socialism (Documents of Twentieth-Century Art)",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5.
ㆍE. Murina, "Early avant-garde, Fauvism, Ex·pressionism, Neo-primitivism", Galart, 2008.
ㆍIan Chilvers, John Glaves-Smith, "A Dictionary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Oxford University Press, USA, 2010.
ㆍSiegfried Gohr, "Georg Baselitz: Retrospektive 1964~1991", Hirmer, München 1992.
ㆍChristian Malycha, "Das Motiv ohne Inhalt: Malerei bei Georg Baselitz 1959~1969", Kerber Verlag, Bielefeld 2008.
ㆍHeinz Peter Schwerfel, "Kunst heute Nr. 2: Georg Baselitz im Gespräch mit Heinz Peter Schwerfel", Kiepenheuer & Witsch, Köln 1989.
ㆍContemporary Fine Arts "Georg Baselitz", Berlin
ㆍPortrait of the artist by the Goethe-Institut
ㆍMarkus Lüpertz, "Der Kunst Regeln geben", Ammann Verlag, 2005. (German Edition)
ㆍWalter Ehrmann, "Markus Lüpertz. Bemerkungen zum Problem Identität bei Markus Lüpertz", Kunstforum, 1977.
ㆍLiteratur von und über Markus Lüpertzim Katalog der Deutschen Nationalbibliothek
ㆍBR-Online-Fotostrecke "Im Atelier bei Markus Lüpertz" 2009
ㆍKünstlergespräch im Rahmen der Ausstellung "Markus Lüpertz. Metamorphosen der Weltgeschichte", Albertina, 8. März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