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29, 2011

피카소와 모던아트(Picasso and Modern Art) 전시회 (4) 순수조형의 추구

Part 3. 순수조형의 추구(In Search of the Pure)

『순수조형의 추구(In Search of the Pure)』란 소제(小題)의 공간에는 독일의 청기사파(靑騎士派, Der Blaue Reiter)와 프랑스의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 등의 오르피즘(Orphism;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회화운동의 하나로 입체파의 한 분파, 입체파의 견고한 구성을 지니면서도 시간적 개념의 도입과 화려한 색채활용을 중시함) 작가들과 러시아 아방가르드(Russian Avant-garde)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떻게 작가의 내적 감정이 새로운 회화 형태로 실현될 수 있는가?를 실험했던 청기사(靑騎士派, Der Blaue Reiter) 화가들은 동물을 표현함으로써 자연과 순수의 상징을 나타내거나 새로운 조형 언어를 표현함으로써 정신을 강조하여 물질적 진보로 야기된 세상의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하였으며, 오르피즘(Orphism) 작가들의 경우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색채들을 동시적으로 지각하게 하는, 리듬감 있는 동시성의 표현을 통해 색채를 통한 순수조형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20세기 초반 사회적 변혁과 정치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당시 전위적인 유럽 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러시아 아방가르드(Russian Avant-garde) 미술운동은 보다 발전적이고 독자적이며 새로운 예술관을 성립시켰다고 평가 받고 있다. 미학적 예견자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회의 변혁을 미술가의 임무로 인식하였던 이 당시 예술가들의 추상의 움직임들은 전쟁 후 새로운 조형운동의 중심지로 등장한 바우하우스(Staatliches Bauhaus)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색채 연구에 열중하며 입체파(立體派, Cubism) 운동에 참가했다가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파의 동향 등에 자극을 받아 순수한 프리즘 색에 의한 율동적인 추상구성을 발전시킨 오르피즘(Orphism)의 창시자인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의 습작인 『미의 세 여신-파리시를 위한 습작(Three goddess of beauty-Study for Paris, 1912), 『공기, , -벽화제작을 위한 습작, Air, Iron and WaterStudy for a Mural Painting, 1936~1937)』과 라이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 1871~1956)의 『큰 바퀴가 달린 기관차(Locomotive with Large Wheel, 1910), 청기사파(靑騎士派, Der Blaue Reiter)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무제(Untitled, 1940), 『풍경 습작-뒤나부르크(Study for a Landscape-Dunaberg, 1910), 하인리히 캄펜동크(Heinrich Campendonk, 1889~1957)의 『호숫가의 말들(Horses by A Lake Horses by A Lake, 1915),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의 『테게른 호수의 요트놀이(Yachting on Lake Tegern, 1910),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 1880~1916)의 『두 마리 망아지(Two Young Horses, 1910), 『앉아 있는 호랑이(Sitting Tiger, 1913), 『잠자는 양치기 소녀(Sleeping Shepherdess, 1912』 작품과 그의 습작 『바구니 속 고양이, 고양이 습작 III (Cat Basket-Study of Cats III, 1909), 『고양이 습작-받침대 위의 고양이(Seated Cat on a Pestal-Study of Cat, 1909), 프란티세크 쿠프카(František Kupka 1871~1957)의 『초록과 파랑(Blue and Green,, 1921~1923), 그리고 나탈리아 곤차로바(Natalia Goncharova, 1881~1962)의 『공작새(The Peacock, 1912), 『푸른암소(Blue Cow, 1911), 류보프 포포바(Ljubov Popova, 1889~1924)의 『회화적 건축학(Painterly Architectonics, 1918)』과 같은 러시아 아방가르드(Russian Avant-garde) 미술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순수조형의 추구(In Search of the Pure)란 소제(小題)의 공간은 유럽의 미술관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여러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를 선사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화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나탈리아 곤차로바(Natalia Goncharova)의 작품이 그러했으며,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의 습작들도 새로운 감동을 주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의 『공기, , -벽화제작을 위한 습작, Air, Iron and WaterStudy for a Mural Painting, 1936~1937)』이란 작품에는 에펠탑(Eiffel Tower)과 사크르퀘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 The Basilica of the Sacred Heart of Paris) 외에도, 분절된 모양의 디스크들이 공중에 떠서 바퀴처럼 돌아가는 광경이 있는데 로베르 들로네는 이 작품을 디자인하면서 과거의 다른 작품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콜라주처럼 여러 가지 모티프를 서로 연결해 근대적 삶의 역동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바우하우스(Staatliches Bauhaus)에서 활동하며 『색채의 예술(The Art of Color)』이라는 명저를 저술하기도 한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 1888~1967)의 『행인(Passer-by, 1930)』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두 명의 남녀와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한 여인을 그린 이 작품은 남자와 함께 길을 가다 뒤를 돌아 돌아보는 여인의 날카로운 표정과 스쳐 지나가는 여인의 어두운 표정, 그리고 강한 색채의 대비를 보여주는 인물들의 옷 색깔과 도시가 아닌 산길이 배경으로 되어 있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단순한 행인들의 엇갈림이 아닌 다른 세계로 가는 발걸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인물들 사이에 날카롭게 잘려나간 나무 가지와 그림 전반에 걸쳐 채색된 푸른색이 이름 모를 우울함을 주는 작품이었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풍경 습작-뒤나부르크(Study for a Landscape-Dunaberg, 1910)』은 언덕을 가로질러 노란 들판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장되고 독자적인 색채의 사용과 현실의 지나친 단순화와 추상화 등을 감안해 보면 바실리 칸딘스키는 이미 추상주의의 길에 들어서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바실리 칸딘스키의 미학이 변화를 맞던 이행기에 그려진 작품이며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야수파(野獸派, Fauvism) 등 프랑스 미술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 두 마리가 호숫가의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하인리히 캄펜동크(Heinrich Campendonk, 1889~1957)의 『호숫가의 말들(Horses by a Lake, 1915)』은 사람의 기척이 보이지 않으며 현대적인 기술의 흔적이나 동요의 기미 또한 찾아볼 수 없는데, 그가 이처럼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대적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목가적인 작품을 즐겨 그린 것은 아마도 그가 지니고 있었던 이상향에 대한 비전 때문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인리히 캄펜동크에게 말과 사슴, 소 등은 자연과 순수의 상징이었고 인간과 달리 우주와 완벽한 조화 속에 있는 존재로 해석되었다고 한다.

인간들의 세상이 아닌, 동물들 속에서 순수함을 찾으려 한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 1880~1916)는 동물들을 통해서 이상적인 세계를 느끼고 이를 표현했다. 그의 『바구니 속 고양이-고양이 습작 III (Cat Basket-Study of Cats III, 1909)』은 습작이라고는 하지만 섬세하게 관찰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작품이어서 그 어떤 완성작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구니 밖으로 고개를 내밀까 말까 망서리면서 바구니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의 호기심에 찬 시선처리를 보면서 작가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인간의 반려동물인 고양이의 모습을 이렇게 아름답게 포착한 프란츠 마르크는 자연과 어울어져 있는 어떤 동물도 그의 붓을 거치면서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다움을 발함을 알 수 있는데 『앉아 있는 호랑이(Sitting Tiger, 1913)』가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호랑이 같은 야수까지도 이렇듯 순수함과 아름다움으로 묘사가 가능했을까?... 프란츠 마르크는 동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순수한 생각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청기사파(靑騎士派, Der Blaue Reiter)라고 불렸던 일군의 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어렸던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는 그의 나이 23세 때 『테게른 호수의 요트놀이(Yachting on Lake Tegern, 1910)』라는 작품을 그린 젊은 천재 화가였다. 그는 어느 한 가지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으며, 강렬한 색채의 묘사와 굵은 선으로 담대하게 사실적인 스타일의 그림들을 그렸다. 호수 위의 정경을 그린 그의 작품은 색깔만으로도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에 대한 느낌이 와 닿았다. 누구보다도 더 단순하고, 강하게 그려지는 그의 작품, 그의 작품을 보면서 구상성에서 추상성으로 변화되어 가는 그만의 작품세계가 느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징집되어 27세의 나이에 프랑스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그의 걸작이 세상에 더 없음이 애석할 뿐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Russian Avant-garde)의 대표 여류작가인 나탈리아 곤차로바(Natalia Goncharova, 1881~1962)의 『푸른 암소(Blue Cow, 1911)』는 푸른색 암소와 빨강색 꽃, 초록의 풀들로 대담한 색채가 두드러졌으며, 순하게만 보여 친근감이 느껴지는 소는 동양적인 서정성을 주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또한, 노랑과 밝은 톤의 주황, 빨강색에서 자주색에 이르기까지 따뜻한 색감으로 공작새를 표현한 『공작새(The Peacock, 1912)』도 그녀의 화려한 색감을 감상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언뜻 보면 전면에 있는 세 마리만 보이지만 붉은색과 갈색이 어우러지면서 다른 공작새들까지 보인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그녀의 이 작품은 마치 발레 공연의 화려한 군무를 보는 듯 했다. 실제로 나탈리아 곤차로바 1915년부터 파리에서 당대 최고의 발레단이었던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의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s Russes)』를 위해 발레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맡아서 활동하면서 화가로서보다 발레 무대 디자이너로 더 큰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미 그녀는 발레 예술에 대해 남다른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미하일 라리오노프(Mikhail Larionov, 1881~1964)와 함께 러시아 전위 화단을 이끌었던 열혈여성인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러시아의 대 문호(文豪)알렉산데르 푸슈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의 부인이 외가의 할머니라고 하는데, 과연 예술적 재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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