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안(The Anxiety of the Times)』이란 소제(小題)의 공간에서는 야수파(野獸派, Fauvism)와 입체파(立體派, Cubism)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며, 20세기 회화의 참다운 발견자로 칭송되고 있는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과 근대 표현파의 선구자이자, 노르웨이 근대회화의 이재(異才)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에드바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 그리고 독일의 대표적 표현주의(表現主義, Ex·pressionismus) 화가인 ‘크리스티안 롤프스(Christian Rohlfs, 1849~1938)’를 포함한 다리파(브뤼케派, Die Brücke;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20세기 표현주의의 효시가 됨) 작가들 –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1880~1938)’, ‘오토 뮐러(Otto Müller, 1874~1930)’, ‘에리히 헤켈(Erich Heckel, 1883~1970)’,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 의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 유럽사회는 독일의 급격한
산업화와 물질문명에 반대하여 인간의 사회적, 심리적 의식과 인간성 회복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던 때였다. 왜곡된 이미지로 인간의 절망을 표현한 뭉크 등의 영향을 받아 1905년 드레스텐(Dresden)의 다리파(브뤼케派, Die Brücke) 화가들은 회화나 조각, 목판,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그들의 불안과 열정을 형상화하였다. 이들은 자연 속의 인간의 모습을 그리거나, 거리나 카바레 등 도시를 배경으로 동 시대의 우울한 병적인 정신상태를 표현하였다. 다리파 작품의 야만적이며 불건전한 분위기는 인간의 형체가 왜곡, 과장된
데서 유래하며 강렬한 원색들은 조화되기 보다는 충돌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이로 인해 이들의 작품은
시대적 자각과 당시의 불안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국적인 원시성을 추구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독일 후기 고딕 양식의 목판화에 보이는
표현적인 단순함과 근대 표현파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트 뭉크’의 판화에서도 깊은 영향을 받은 다리파(브뤼케派, Die Brücke)의 화가들은 인간의 투쟁과 고통을 다룬 매우 감동적인 유화를 그렸을 뿐만 아니라, 목판화를
부흥시켜 그것을 20세기의 중요한 표현매체로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원시미술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좀더 서정적인
방식으로 형태와 색을 다룬 프랑스 야수파(野獸派, Fauvism) 화가들과 구별되는, 당 시대에 국제적으로 고조되고 있었던 혁명정신을 회화상으로 실현하는 다리가 되고자 했던
20세기 표현주의(表現主義, Ex·pressionismus)의 효시가
된 다리파(브뤼케派, Die Brücke)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았다.



20세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현대미술은
역사적으로 1920년, 즉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출발되었다. 사실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이 미래를 밝혀준다고
믿었고, 산업혁명은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며 물질과 정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미래는 진보할 것으로 믿어졌었다. 이러한 낙관의 19세기에서 비관으로 접어드는 ‘위기의 시대’, ‘예술의 불안한 시대’가 현대미술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이 책을 읽고, 여자들이 뜨개질 하는 따위의 실내화는 더 이상
그릴 필요가 없다. 나는 숨쉬고 느끼고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사람, 즉
살아 있는 사람들을 그릴 것이다."라고 ‘에드바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가 한 말은 ‘낙관에서 비관으로 접어드는 시대의 불안’을 읽어낸 당 시대의 예술가들의 고뇌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시기에 ‘에드바트 뭉크’가 그린 작품 중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겨울풍경, 1915』 역시 그의 다른 작품들과 동떨어진 예외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바위가 불규칙하게 삐쭉 튀어나온 험준한 해안에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고 그늘진 골짜기에만 잔설이 보이고, 눈이 녹은 자리에는 봄을 기다리는 새싹이 파릇하게 피어나는 풍경은 삶에 대한 의지를 담은 ‘영혼의 내면 풍경’으로 읽혀졌다.
또한, ‘시대의 불안(The Anxiety of the Times)’이란 소제(小題)의 공간에서 최초로 공개된 20세기 초 독일의 드로잉은 단순히 그 당시 다리파(브뤼케派, Die Brücke) 화가들의 예비 단계가 아닌 독자적인 회화 장르였다고 생각된다. '15분 누드'라는 말이 드로잉을 시작해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할 정도로 다리파 화가들의 감정과 기질을 표출하는 직접성과 즉흥성은 20세기 현대미술의 표현주의(表現主義, Ex·pressionismus) 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명세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남태평양의
타히티(Tahiti)섬에서 살며 원주민의 건강한 인간성과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채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시킨
프랑스 후기 인상파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처럼 남태평양의 섬 팔라우(Palau)에서 살면서 원주민들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한, ‘막스 페히슈타인(Max Pechstein, 1881~1955)’의 『바다 이야기(Tale of the Sea, 1920)』는 ‘폴 고갱’의 그림 풍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가족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져 나오는 작품이라 생각되는 『바다 이야기』는 그림 속의 인물들이 원주민처럼
보이지만 화가의 부인과 아들이라고 하며, 아버지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아이와 그것을 듣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막스 페히슈타인’이
1921년 이혼을 하였다고 하니 이 작품을 그릴 당시 이미 그의 부부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는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작업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화가는 행복했던 과거로의 여행을 했던 것이었구나…






어슴푸레한 밤에 은은한 달빛이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의 『달빛이 흐르는 밤(Moonlight night, 1914)』을 보면서 “과연 ‘색채의 폭풍(Storm of Color)이 화폭에 넘쳐 흐른다’라는 갈채를 받을 만 한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에밀 놀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관계나 사회
생활에 있어 외톨이 같은 화가였다고 한다. 그는 그런 상황을 스스로 탈피하고자 남태평양으로 떠나는 과학원정대에
참여하게 되며, 원정에서 돌아온 후에 그 때를 회상하며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오른 밤에 항해를 하던 신비로운
느낌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 『달빛이 흐르는 밤』이란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어두운 푸른색으로 뒤덮인 밤바다
항해의 신비로움이 묻어 나오는 그림이 한동안 본인의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세번째 전시공간인 ‘순수조형의 추구(In Search of the Pure)’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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