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도 그렇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더욱 더 사랑이 하고 싶다.
일년을 묵어,
이젠 텁텁해져버린 가슴을
채 다하지 못한 말을 담아둔 빈 가슴을
편지 봉투처럼 열어두고
그 안에 내가 꿈꾸던 사람이 들어와
사랑하는 사람과 나만이 머무는 그 작은 공간에서
크리스마스같은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다.
크리스마스에는
입지 않고 걸어두는 아끼는 옷처럼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피부가 까지고 피가 흐르는 외상보다
몸 안의 가려진 장기들이 다치는 내상이 더 위험한 법이듯,
나는 피부처럼 밖에 두는 사람이 아닌
내 안에 가장 깊숙한 곳에 간직할 수 있는
심장처럼 소중한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의 대단한 능력을 알고 싶다.
지겹게 같은 길만을 반복하며 살아온 내게
사랑하는 당신이 생긴 후에
한 걸음 옆으로 걷다보니 꽃길도 있고
다시 한 걸음 옆으로 걷다보니 아름다운 초원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 당신과 함께
하늘에서 내리는 저 눈발처럼 두 손을 꼬옥 붙잡고
내 인생을
영원히 함께 약속하고 싶다.
크리스마스에는
평생을 사랑할 사람과
이 눈을 다 녹여버릴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
- 김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