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외투라도 걸치고
겨울 바람이 심한 구석진 거리로 가보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도 없고
알룩달룩 크리스마스 추리도 없고
요란스런 케롤도 없이
초라한 밤들이 지나고 있다.
반짝이불 두어 개 가져다가
여기저기 걸어 놓고 오자.
도시가 너무 화려하기에
더욱 초라해진 거리두툼한 외투라도 걸치고
선물 꾸러미 두어 개 안고
밝혀 줄 촛대 두어 개 가지고
불꺼진 변두리로 가보자!
잊혀진 동네가 있다.
산 속 여기저기 숨겨진 동네가 있다.
밝힐 불이 없어 더욱 컴컴한 오막살이들이 있다.
현대의 산타 크로스가 외면한 어린아이들이 있다.
두툼한 외투라도 걸치고
입다 남은 옷가지랑 남은 음식이랑 싸들고
야외용 밥상이라도 하나 준비해서
죄로 버림받은 사람들을 찾아가 보자!
너무 의로운 사람들이 많아
죄의 그늘에서 떨고 있는 자들
의인은 의인들끼리 놀도록 하고
우리는 하루쯤 밤 세우며 예수님을 이야기해 보자.
두툼한 외투라도 걸치고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로 나가 보자!
화려한 장식과 터질듯한 음악 소리와
반짝이는 불빛 사이에서 모양 좋은 선물 꾸러미를 안고
성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 등그늘에 묻혀
이 도시가 외면한 숨겨진 얼굴들
빤짝이는 눈동자들
그 눈동자에 비치는 구겨진 세상들
제 삶에 지쳐 미쳐 성탄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도시가 너무 화려해 지고
거리가 너무 소란해지고
사람들이 너무 우아해질 때 깊은 밤은 새벽을 부르고
깊은 망각은 아침을 두드리고 있다.
두툼한 외투라도 걸치고
어디쯤 예수님께서 오고 계신지
별이 비치고 있는 들녘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