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소뇌는 몸이 움직일 때는 물론이고, 가만히 있으려 할 때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조화로운 운동을 가능하게 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뇌의 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소뇌만 괜찮으면 균형 잡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 자세나 움직임에 관여하는 영역은 매우 다양해서 이 모든 영역들이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우리가 한발자국이라도 제대로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소뇌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비슷하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도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오고 나가지 못하면 그 연주는 소음이 되겠지만, 지휘자를 보고 자신이 연주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맞춘다면 청중들은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소뇌는 다른 뇌의 구조물 및 몸의 각 부분에서 움직임이나 감각에 대한 정보들이 모아지는 곳이며, 동시에 이 정보들이 처리되어 다시 뇌의 다른 부분이나 몸 전체에 보내지고 이로 인해 적절하고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 소뇌의 이상증상
소뇌에 이상이 생기면 조화로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한 예로써, 음주를 하게 되면 대뇌 전두엽의 기능 뿐 아니라 소뇌의 기능도 저하된다. 그래서 술에 취한 분들은 ‘갈지자(之)'로 걷게 되는 것이다. 교통 경찰관이 음주 운전자를 잡아서 길에서 일직선으로 걷게 하는 것도 사실은 신경학적 검사의 일부 볼 수 있다. 소뇌 기능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체크하는 부분이다.
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운전을 할 때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 물건을 집으려 할 때 손이 흔들리는 증상,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 증상, 발음이 꼬여서 나오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소뇌 기능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소뇌의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소뇌기능 이상은 보행장애를 유발한다
▪ 소뇌기능 이상은 몸의 쏠림 현상을 유발한다
▪ 소뇌기능 이상은 진전증을 유발한다(이 진전증은 무언가를 잡으려 할 때 심해진다)
▪ 소뇌기능 이상은 구음장애를 유발한다
▪ 소뇌기능 이상은 안구진탕을 유발한다
☞ 소뇌의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들
크게 나누면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인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후천적인 경우는 가장 흔히 보는 경우가 뇌졸중에 의한 경우이다. 소뇌 기능이상이 비교적 갑자기 발생한 경우 소뇌경색 또는 소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이 경색과 출혈을 합하여 소뇌에 발생한 뇌졸중이라고 한다. 그 밖에 소뇌에 발생하는 외상이나 종양, 대사성 질환, 드물게는 감염성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이 중에서 후천적인 경우는 대개 원인을 제거하거나 면밀히 경과를 관찰함으로써 호전되는 사례가 많으나, 선천성인 경우 혹은 선천성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대개 진행성인 경우가 많고 병의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가 부족하여 치료가 어려운 형편이다.
‘운동실조증' (運動失調症, ataxia) 이란 근육들이 협동하여 순조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운동실조증은 증상이며, 그 원인의 하나로는 소뇌가 위축되는 '소뇌위축증'(小腦萎縮症, cerebellar atrophy)이 있다.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알아듣기 쉽게 하기 위하여 운동실조증을 소뇌위축증과 같은 뜻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 소뇌위축증
소뇌 위축증 (cerebellar atrophy)은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며, 일종의 질환군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후천적인 혹은 2차적인 원인이 없이 서서히 소뇌에 퇴행성 변화가 오는 경우를 총칭한다.
소뇌 위축증에는 단순히 소뇌 기능 이상만 있는 질환이 있는 반면, 소뇌 기능 이상 외에도 다른 뇌, 척수, 말초신경의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도 있다. 또한 이른 연령에 발병하는 질환도 있고, 늦은 나이에 발병하는 질환도 있다(참고로 대개 이른 연령에 발병하는 질환들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이 많으며, 늦은 나이에 발병하는 질환들은 상염색체 우성이 많다).
☞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Friedreich's ataxia)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하는 질환으로 10세 전후로 발생하며, 발병 후 5년 이내로 걷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대개 첫 증상은 보행장애로 나타나며, 나머지 소뇌 기능 이상을 대표하는 증상들도 나타난다. 그밖에 특징적으로 심근병증이 50% 이상에서 나타나며 대개 심장 부정맥이나 심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감각신경병증도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적으로는 일부 약들이 증상 조절이나 심장질환 감소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뚜렷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 척수소뇌 위축증(Spinocerebellar atrophy: SCA)
산발성과 가족성으로 나뉜다. 산발성은 가족성에 비해 환자의 수가 많으며, 특별한 가족력 없이 생기는 경우를 이야기 하며 안구진탕이나, 시신경 위축, 안구운동마비, 요실금 등의 증상이 잘 동반되지 않는다. 가족성의 경우는 대개 상염색체 우성으로 나타난다.
이미 발견된 소뇌위축증 유전자는 20여개가 되고 이 중 몇 개는 비교적 쉽게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도 유전자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MRI에서 특징적인 소뇌 및 다리뇌의 위축소견이 보인다.
다신경계위축증(multiple systemic atrophy)은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이야기 한다.
진단은 신경과에서 자세한 병력청취와 검진을 통해 소뇌 이상 및 다른 병발된 신경계 이상 증상 및 징후를 종합해서 기본적인 방향을 잡은 다음 정밀 검사를 통해 도움을 받게 된다.
일부 질환에서는 특징적인 MRI 소견으로 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 어떤 경우는 단순히 소뇌에 위축이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유전성이 의심되면 유전자 검사가 진단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자로 모든 유전성으로 의심되는 질환들을 설명하지는 못하므로 검사에서 해당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유전자 질환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밖에 진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치료 가능한 소뇌 질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2차적인 원인에 의한 후천적인 소뇌질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전자 검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2차적인 원인이 의심된다면 해당하는 질환의 감별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후천적으로 생긴 소뇌 이상의 경우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소뇌 위축증의 치료는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다. 항산화제를 포함한 여러 약물이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 정립된 치료법은 없다. 따라서 환자분들이 힘들어 하는 증상이나 병으로 인해 병발된 합병증에 대한 치료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최근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기술로 미루어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과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매진한다면 머지않아 병의 베일을 벗기고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