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절망의 도시, 기쁨과
희망의 도시 ···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부다페스트는 '다뉴브의
진주',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예술적 향기가 가득한 헝가리 수도다. 인구
169만명인 부다페스트는 시인의 슬픔도 있지만 리스트 프란츠(Franz von Liszt,
1811.10.22~1886.7.31)의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 같은 로맨틱한 낭만이 늘 머무는
예술 도시다. 중세의 멋스러움이 가득한 도시를 아름다운 다뉴브(Danube) 강이 가로지르고, 머리
위에는 영원히 파랄 것 같은 하늘이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에게는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부다페스트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슬픔과 절망의 도시가 되기도 하고, 기쁨과 희망의 도시가 되기도 한다.


헝가리의 정치·문화·경제·학문
등의 중심지인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기준하여 서쪽 부다(Buda) 지구와
동쪽 페스트(Pest)
지구로 나뉜다. 아름다운
다뉴브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부다 지구는 13세기
이래로 헝가리 왕들이 거주했던 부다 왕궁과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된 마챠시 교회(Mátyás Templom)를 비롯한 역사적 유물이 많은 곳이다. 반대로
강 건너편에 위치한 페스트 지구는 중세시대 때부터 상업과 예술이 발전한 곳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지역에 1849년 세체니 란츠히드(Szecheny
Lanchid) 다리가 놓이면서 부다와 페스트는 동일 지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1873년에
이르러 세체니 이스트반(Szecheny
Istvan) 백작에 의해 두 지역은 한 도시로 탄생했다.


부다페스트 여행은 바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다뉴브 강변에서 시작된다. 두 지역을 연결한 란츠히드 다리에 서면 다뉴브 강과 부다 왕궁 그리고 국회의사당 등 고색 찬연한 건물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노란색 전차가 강을 따라 달리고, 강변에는
연인들이 뜨거운 키스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흐르는
강물 위로 유람선이 미끄러져 나가고, 강 옆 벤치에 앉은
노부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회상하기도 한다. 사실
부다 지구는 헝가리 왕들이 거주한 왕궁과 귀족들이 머물던 가옥, 수백
년이 넘은 중세 건축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중세시대
때는 이곳이 헝가리를 대표하는 수도였다. 장미의
언덕, 겔레르트 언덕(Gellert-hegy), 자유의 언덕 등으로 유명한 부다 지구는 완만한 페스트 지구에 비해 야트막한 산과 언덕이 있는 곳이다.
음악과
시가 흐르는 예술의 도시
부다 지구가 헝가리 역사와 함께해 온 왕궁을 비롯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로 여행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페스트 지구는 음악·미술·문학 등 예술의 향기가 거리 곳곳에 스며 있어 부다 지구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페스트 지구는 그야말로 헝가리 예술을 대표하는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이 많은 곳이다. 300여개의 크고 작은 관현악단이 1년
내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페스트 지구는 클래식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헝가리가 15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가(The
House of Habsburg)의 지배를 받는 동안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에서 비엔나 다음으로
클래식의 메카가 되었다. 피아노 천재 리스트 프란츠(Franz von Liszt, 1811.10.22~1886.7.31)에 의해 마련된 음악적 토대라 할 수 있다. 비엔나에
비해 음악적인 수준이 절대로 뒤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다페스트의 장점인 것이다. 몇 십 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3중주 공연 등은 대형 오페라 하우스에서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큰 생동감을 준다. 악기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선율과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작은 콘서트는 여행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음악이
시가 되고, 시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부다페스트는 '다뉴브의
진주'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