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0, 2007

스페인 코르도바(Córdoba, Spain)

로마, 이슬람, 그리스도 문화가 공존하는 코르도바
 
아랍어의 "Wadi al Kebir(큰 강)"이란 뜻에서 유래된 '과달키비르(Guadalquivir) ()'의 중류, 안달루시아(Andalusia) 지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코르도바(Cordoba)는 기원전 152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 도시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대 로마시대에 스토아 학파(Stoicism)의 창시자 '세네카(Lücius Annaeus Seneca, BC4~AD65)'를 배출하면서 그리스의 철학, 지리학 등 여러 학문을 바탕으로 지성과 선진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페니키아(Phoenicia), 카르타고(Carthago)의 식민지이기도 했던 『코르도바』는 10세기 이슬람 알 라흐만 3(Abd ar-Ramān ) 때 세계 최대의 도시로 전성기를 누렸고 유럽 전역에서 많은 학자와 학생들이 『코르도바』로 모여들었다.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당시에는 주택 수가 20만 호, 인구가 100만 명, 도서관의 장서가 40만 권, 회교 사원이 600여 개나 될 만큼 유럽에서 각광을 한 몸에 받으며, 스페인 최대의 학문 및 예술의 도시로 자리 잡았었다고 한다.

 
 
사실 『코르도바(Cordoba)』란 도시가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천년 전 코도반(Cordovan)이라는 가죽 제품의 산지로서였다. 『코르도바』란 지명도 코도반이란 단어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라 한다. 코도반이란 말의 등에서 엉덩이까지 있는 섬세하고 단단한 조직인 글래시 레이어(Glassy Layer, 일반적으로Shell이라 불리움)를 식물성분의 타닌(Tannin)으로 무두질(Tanning; 동물의 원피로부터 가죽을 만드는 공정)을 하여 만든 신발이나 옷 등의 가죽 제품을 일컫는다. 『코르도바』는 이슬람 시대 이래의 피혁제품과 각종 금속의 가공을 전통산업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문, 문학, 그리고 예술 분야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떨친 곳이라 한다. 8세기에 세워진 이슬람 대사원에는 중세시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색체가 그대로 남아있다. 스페인의 남부 도시 『코르도바』는 안달루시아(Andalusia) 지방의 주도(州都) 세비야(Seville)처럼 싱그러운 오렌지 나무들이 거리를 풍요롭게 만들고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심오한 철학과 지성을 느낄 수 있다.



 
유럽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던 이슬람 문화의 정수가 녹아 있는 『코르도바』는 천년 전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함께 이슬람 최고의 도시로 성장했었다. 이슬람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다양한 민족들에게 지배를 받았던 『코르도바』는 여러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로마 문화, 이슬람 문화, 그리스도 문화 등 각각의 민족들이 만들어 낸 유적과 유물이 간직되어 있는 『코르도바』의 공존의 역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코르도바』를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는 '과달키비르(Guadalquivir) ' 위에는 로마시대에 건축된 「로마교(Roman Bridge)」가 모진 세월의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새삼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의 대단함을 실감할 수 있는 교각이다. 또한, 『코르도바』 중심에는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스페인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의 모스크(Mosque; 이슬람교 예배당)이며,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도가 한 곳에 동거하는 사원으로도 유명한 「메스키타(스페인어; Mezquita,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곳이란 아랍어 마스지드에서 유래)」 사원이 있다. 남북으로 180m, 동서로 130m의 거대한 규모의 「메스키타」는 사원 내부를 줄무늬 석영, 벽옥(碧玉), 대리석, 화강암 등으로 만들고 850개에 이르는 아치모양의 둥근 기둥이 마치 미궁(迷宮) 속을 연상하게 하며, 천장은 비잔티움 제국(Byzantium Empire)에서 가져온 모자이크(Mosaic)로 정교함을 더 했다. 로마의 성당, 이슬람의 모스크 궁전, 가톨릭 성당의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그리스도와 이슬람 문화가 상생하는 역사의 결정판 「메스키타」는 새로운 감동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메스키타」 주변에는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하얀 색깔의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어른이 양팔을 벌리면 집과 집이 닿을 정도로 폭이 좁고 미로처럼 얽혀 있는 마을이 있다. 이곳이 과거 유대인들이 살았던 지역으로 「유대인 거리(La Juderia de Valencia)」가 조성되어 있는데, 집집마다 다양하게 장식된 창문과 작은 창문 밖으로 예쁘고 향기로운 형형색색의 화분들이 놓여져 유대인들의 옛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유대인 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나오면 「포트로 광장(Plaza del Potro)」을 만나게 되는데, 이 광장은 스페인의 대표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9.29~1616.4.23)'가 『코르도바』를 여행하는 동안 산책과 작품 구상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 《돈 키호테(Don Quixote)》에서도 그가 머물렀던 '포트로 여관(Posada del Potro)'이 등장할 정도로 세르반테스는 이 광장에 푹 빠져 있었다. 작가 세르반테스와 동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걷고 앉아 있던 「포트로 광장」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광장 주변에 앉아 졸졸 흘러 넘치는 분수 소리와 오렌지 빛 햇살을 벗 삼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여행의 피로를 달래다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코르도바(Cordoba)』의 추억이 가슴속 깊은 곳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