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7, 2007

영화 '사랑의 기적 (Awakenings, 1990)'

◈ 기본정보

출연: Robert De Niro(로버트 드니로, 미국 배우, 레너드 ),
          Robin Williams(로빈 윌리엄스, 미국 배우, 닥터 말콤 세이어 )

감독: Penny Marshall(페니 마샬, 미국 감독)

12세 관람가, 의학 드라마 영화, 상영시간 117, 1991 3 30일 국내 개봉

◈ 줄거리

신경학 박사 세이어(로빈 윌리엄스 )는 새로 부임한 병원의 환자들이 뇌염을 앓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L-DOPA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세이어 박사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들의 치료에 나선다.

어릴 때 뇌염을 앓은 레너드(Leonard Lowe: 로버트 드니로 ) 11살 때부터 손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나고 글도 쓰지 못하게 되자 학교를 그만두고 병원에서 살게 된다. 정신은 잠들고 근육은 강직된 '기면성 뇌염(嗜眠性腦炎)' 환자가 된 것이다. 레너드가 수십년간 수용돼 있는 배인브리지 병원에 세이어 박사가 부임해 온다. 세이어 박사는 이들이 공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내면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것을 찾는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인간적인 접촉을 갖는 것 등.

마침 그때 파킨슨병 환자에게 엘도파(L-DOPA)라는 약이 효과가 있다는 발표를 듣고 세이어는 이들의 증세가 그 병의 증세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약물치료를 할 생각을 하게 된다. 부작용을 염려한 병원측에서는 레너드에게만 투약해보라고 허락해 준다. 엘도파를 투약받은 레너드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깨어나 말도 하고 글도 읽고 맘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삶의 환희를 맛본 레너드는 세이어 박사에게 일상적인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역설하는데

◈ 관람후기

영화 '사랑의 기적(Awakenings, 1990)'은 뇌염 후유증으로 정신은 잠들고 근육은 강직된 채 수십년간 신경과 병동에 방치되어있던 환자들이 한 신경과 의사의 사랑과 집념으로 얼마간의 기간동안 기적처럼 깨어났던 실화를 연출한 의학 드라마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에서 존 키딩 역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신경과 의사인 세이어 박사의 역을, 영화 '대부2 (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 1974)'에서 비토 코르레오네 역을 맡았던 로버트 드니로가 환자인 레너드 역을 열연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의무감 보다는 건강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행복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영화 속에서 "제가 아름답고 건강한 아이를 낳았을 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레너드처럼 예쁘고 완벽한 아이를 선물로 받을 만한 자격이 내게 있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레너드에게 병이 나자 저는 당연한 듯이 따져 물었습니다.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생기는지 대답해 줄 것을 요구 했습니다."라고 한 환자 어머니의 말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행복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해주었다.

이 영화는 '기면성 뇌염(嗜眠性腦炎, encephalitis lethargica)'이라는 질병에 걸려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이 수십 년간 잠들어 있던 환자인 레너드가 기적처럼 깨어나 정상인들에게 삶의 환희와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내용의 작품이었다. 기적은 말콤 세이어 박사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치료제인 엘도파(L-DOPA)라는 약을 기면성 뇌염 환자에게 투여함으로써 시작된다. 마침내 뇌염후유증으로 정신은 잠들고 근육은 강직된 채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던 환자의 뇌는 그 치료로 깨어나서 수십 년 전의 기억들을 되살려 주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 기억을 도로 빼앗아 버린다. 다시 한번 오묘한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였다. 어딘지 모를 섬뜩함과 함께 말이다...

물론 환자는 일시적으로 깨어났지만 인술을 행한 한 의사의 사랑과 집념, 그리고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돋보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뒷맛이 남는 영화였다.

사랑의 기적으로 일시적으로 깨어났을 때, 환자가 겪은 혼란감은 무척 컸을 것이다. 기쁨과 함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상실감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