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02, 2006

영화 '그해 여름 (Once In A Summer, 2006)'

◈ 기본정보

출연: 이병헌(윤석영 ), 수애(서정인 )

감독: 조근식

12세 관람가의 멜로영화, 상영시간 121, 2006 11 30일 개봉

◈ 줄거리

모두가 동경하는 '윤석영'교수(이병헌 )의 첫사랑 '서정인'(수애 )을 찾아 나선 TV 교양프로그램의 덜렁이 작가 수진(이세은 )이 낭만이라고는 벼룩의 간 만큼도 없는 앙숙 김PD(유해진 )와 시골마을 수내리로 취재길에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취재를 하면서 1969년 여름방학 중 서울에서 농활(농촌봉사활동)을 내려 온 대학생들 속의 '윤석영'과 그 농촌에서 생활하고 있던 풋풋하고 싱그러운 '서정인'의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씩씩하고 순수한 시골 마을 도서관 사서인 '정인'에게 아버지를 피해 마지못해 도망치듯 내려 온 농활이라 번번히 농땡이와 매사가 무성의하기만 한 '석영'이 조금씩 마음이 끌리게 된다.

계절이 흐르듯 두 사람이 마음이 서로 깊어 갈수록 농활의 끝은 다가오고, 그들의 이별은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 오고 있었다.

◈ 관람후기

명사의 옛 지인을 찾아주는 KBS 'TV는 사랑을 싣고'를 모티브로 하여, 노 교수의 옛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60년대 말 군부독재시대의 아픔을 그린 멜로영화이다.

가슴 속에 묻어 둔 아련한 첫사랑을 찾아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 속에서 순수했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두 남녀의 안타깝고 애절한 이야기를 그렸다.

연기는 이병헌이 이념적 학생운동보다는 첫사랑에 빠져드는 농촌봉사활동 대학생으로, 수애가 농촌 마을에서 가족없이 홀로 사는 순수한 시골처녀로 분했다. 연출은 '품행제로'로 데뷔했던 조근식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한 평이한 수준의 작품이라고들 하지만 본인은 조금 후하게 이 영화를 평하고 싶다.

우선 조근식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추억' 혹은 '아련함' 그리고 '동질감'이었다. 정서적인 동질감을 가진 동행의 의미를 담는데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를 본 이들이 평점을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준 것도 '동질감'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동안 별로 연기 면에서 신뢰를 주지 못했던 이병헌의 연기도 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나날과 그 나날 속으로 회상을 더듬어 가는 표정 연기가 돋보였으며, 항상 그 표정이 그 표정인 수애의 경우도 이 영화 속에서는 열연(?)을 했다고 생각된다. 수애의 경우 캐릭터 자체가 이 영화와 맞아 떨어져 별다른 연기가 필요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파사 앞에서 음악을 귀 기울여 듣던 정인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에 빠져 멍하니 바라보던 석영의 모습', '정인을 위해 가장 멋진 영화관을 준비한 석영',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석영이 기차를 타지 않고 다시 정인을 만나러 와서 같이 올라가자고 하면서 꼭 안는 장면', '정인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 - 눈을 크게 뜨고 상대방을 보면서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을 억지로 참는 모습', '석영을 떠나 보내려는 정인이 석영의 손을 꽉 잡는 장면'... 이 모든 장면들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랑한다면 꼭 평생을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인은 석영을 위해서 떠나 갔다...

편백나무 향기를 선물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