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13개의 금메달, 8개의 은메달, 7개의 동메달을 획득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에 이어 5위에 올랐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확이었다. 하지만 런던과의 시차 때문에 주로 새벽에 진행된 생중계를 보느라 ‘올림픽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2012 런던올림픽이 남긴 감동의 순간들을 짚어보자.


역사적으로
한일전은 운동 경기 그 이상의 열기를 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경기가 축구 한일전이다. 축구 한일전의 이상 열기는 ‘전쟁’으로
불릴 정도여서, 한일전을 맞이하는 축구선수들과 감독은 대대로 부담을 느껴왔다. 기성용 선수가 “만약 이번 한일전에서 졌다면 축구를 그만두고, 부끄러워서 귀국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선수들이 느꼈던
부담과 책임감이 얼마나 과중했는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세리머니에서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뛰었다는 이유로 IOC가 박종우 선수에게 동메달 수여를 보류해 논란을 일으켰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이 ‘정치적인 선전’에 속한다면, 일본 체조선수단의 욱일승천기(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상징. 하겐 크로이츠와 같은 성격) 선수복은 어째서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한일전이 내뿜는 열기의 근원이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실격 처리의
충격 속에서도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와 철심을 박은 어깨로도 남자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 선수, 오른
쪽 눈에 피멍이 들어 한 눈으로 경기에 임해서도 금메달을 딴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 심한 부상으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도 정신력으로 금메달을 단 유도의 김재범 선수, 그리고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평생을
함께한 바벨에 키스를 보내며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인 역도의 전설 장미란 선수……

인간 신체의
한계치를 갱신하며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올림픽은 그 자체가 감동의 드라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네트즌에게
“런던올림픽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태극전사는?”하고 인터넷
투표를 진행한 결과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245명 선수단
모두”라고 답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단은 기대 이상의 성적과 많은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Afp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는 남북한과 중국”이라는
기사를 냈다. 중국을 빼면 한국(종합순위 5위)아 10위권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며, 북한은 역도와 유도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최근 20년 동안 최고 성적인 20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1위에 이어 이번에는 2위를 차지해 올림픽 강대국으로 자리를 굳힌 반면, 일본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메달 획득과 순위(종합순위 11위)로 가장 실망스러운 아시아 팀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역시 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유도 조준호 선수와 펜싱 신아람 선수의 오심
사건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4년 동안의 노력뿐만 아니라 선수인생 거의 전부가 걸린 것이기에 그 좌절과 원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올림픽 때마다 감동의 드라마에 찬물을 끼얹는 오심 논란, 지나친
상업주의에 짓눌리는 스포츠 정신 등이 늘 회자되지만, 올림픽을 지켜본 우리의 머릿속에는 선수들이 보여준
강인한 정신력과 감동의 순간들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동안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온몸으로 뛴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