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14, 2011

2011 화랑미술제(2011 Korea Galleries Art Fair)를 다녀와서...

마지막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1 화랑미술제(2011 Korea Galleries Art Fair, 2011.02.11~14, COEX Hall C)”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내의 신진작가에서부터 해외의 유명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며,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1976년 설립)의 주최로 시작된 《화랑미술제(Korea Galleries Art Fair)》는 올해로 29번째를 맞는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Art Fair)라 할 수 있으며 그 규모도 가히 최대라 말할 수 있겠다.
국내 최초이며 29년의 역사를 함께한 《화랑미술제》는 1976년 설립된 한국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1979년 제1회를 시작으로 제4회까지 《한국화랑협회전》이란 명칭을 사용하였으며, 1986년 제5회에는 《한국화랑협회미술제전》으로 개칭하고 영문명으로 "Seoul Art Fair"란 명칭을 처음 사용했었다.

한국 미술시장의 으뜸가는 아트페어로 발돋움 하기 위해 《화랑미술제(Korea Galleries Art Fair)》라는 명칭으로 2009년도에 새롭게 변경한 것이다. 또한, 서울에서만 개최되었던 《화랑미술제》를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부산(부산전시컨벤션센터; Busan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 BEXCO)에서 개최함으로 지역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이바지 하기도 하였다. 2011년 개최지를 다시 서울로 옮긴 『2011 화랑미술제(2011 Korea Galleries Art Fair)』는 새로운 보금자리인 코엑스(Convention & Exhibition; COEX)에서 개최되었다.

미술시장 활성화와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페어(Fair)에 참가하는 화랑에서 발굴, 지원하는 작가의 우수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종합미술박람회의 성격을 갖고 있는 《화랑미술제》는 이제 미술과 음악(Art & Music)’, ‘오페라와 미술(Opera & Art)’ 등의 부대행사와 도슨트 프로그램(Docent Program)’을 통해서 단순한 아트페어의 성격을 넘어 복합 문화예술행사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었다.

한국화랑협회의 정회원만 참여하는 이번 『2011 화랑미술제(2011 Korea Galleries Art Fair)』에서는 총 66개 화랑 3,000여 점의 작품이 망라되어 있었다. 강지만, 박미나, 박형진, 손진아, 임만혁, 정연두, 전경, 최소영 등 젊은 작가에서부터 김종학, 김창열, 이우환, 전광영, 천경자 등 국내 유명작가와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작가인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설치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서양화가) 등 해외 거장들의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유난히 본인의 발길을 머무르게 한 곳은 김영대(송아당 화랑)’, ‘박성민(노 화랑)’, 그리고 동산방 화랑에서 출품한 일본인 작가 秋山泉(Izumi Akiyama)’의 작품 앞이었다.

김영대(송아당 화랑)’ 작가의 작품은 이국적이면서도 묘한 친근감으로 소박한 정서를 담고 있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같은 감수성』이 보인다. 지붕 위에 위태롭게 올라선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러시아 유대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이 이국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절함이 있어서 친근한 그런 풍경을 자아낸다. 작은 골목길 하나라도 있다면 실제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지붕을 가득 채워 그려 놓은 풍경은 화려하고 부유한 풍경이 아니라 집이 빼곡히 들어찬 가난한 마을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리에게 익숙한 달동네 같은 풍경, 그것이 가난한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으로 와 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난한 도시풍경을 『판잣집』을 통해 아련하게 새겨 놓았던 박수근(1914.2.2~1965.5.6)이 있었다면, 새로운 감각으로 소시민의 정서를 담고 있는 작업을 한 작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김영대작가의 풍경은 지금껏 미동도 없던 본인의 마음 속 깊은 정서를 유혹해 내는데 조금의 실패도 없이 단번에 성공하였다.
'김영대(송아당 화랑)' 작가가 그동안 보였던 작품들의 화법은 화가의 기량을 보이기에 유감이 없을 정도로 표현성이 놀라웠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곤 하였다. 인체를 그리는 능숙한 선과 간단한 필치로 만들어 내는 볼륨 감은 아카데믹한 데생과 회화 표현의 정수를 보여줘 왔었다. 그런 그의 표현이 새로운 대상을 찾아 또 다른 모색을 하면서 마음의 고향 같은 집들, 또는 여러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차차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국적인 집들과 그 지붕으로만 가득한 풍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번에 전시된 『그곳(There)』과 같은 작품들이 그 동안의 김영대의 작품 세계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장점이 십분 드러나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현재의 작품세계에 더 심취되었다. 모두 다를 것 없는 지붕들일지라도 그 사이의 틈새들이 모양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느껴졌으며, 여기 저기에서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많아서 좋기보다는 분산되지 않은 집중이 제공해 주는 바로크 미술이 주는 긴장감 마저 느껴졌다.
김영대(송아당 화랑)’ 작가의 풍경은 튀는 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흐트러질 만큼 설명이 과도한 것도 아니었다. 지붕으로 꽉 채우는 작업, 그것뿐이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지붕에는 무슨 표정이 있을까? 작가는 수없이 많은 지붕들이 모여 있는 풍경을 그렸다.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집중해 보며 전체를 조감할 수 있게 한 그의 표현력을 감상하면서 그의 그림은 충분히 즐거울 만큼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다. 색채 마술사라 불리우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화가인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7.7~1985.3.28)”  동시대에 살면서 활동을 하였더라면 정말 어울림이 좋았을 작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성민(노 화랑)’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작가가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그 색깔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하면 소재로 사용한 차가운 얼음에 대한 선입견으로 박성민의 작품은 차갑다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그의 작품에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넨다면, 의외로 박성민의 얼음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은 차가운 기운보다는 오히려 생명의 신선함이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얼음 속에 가장 화려하고 정점에 오른 생명력을 채집해 놓은 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온기어린 따뜻한 얼음의 세계로 본인을 초대하여 준 박성민작가의 작품세계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秋山泉-Izumi Akiyama(동산방 화랑)’ 작가는 1982년 도쿄 출생으로 동경국립예술대학을 졸업 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신예 여류작가이다. 그녀는 흰 천 위에 올려진 컵이나 그릇 하나만을 화면의 중앙에 배치한 정물(靜物)을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리는 정물화 작업을 주로 했으며, 이때 연필의 필압(筆壓)이 만들어 내는 농담(濃淡; 색깔이나 명암 따위의 짙음과 옅음 또는 그런 정도)을 통해 명암을 조절하여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작가 이즈미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들어간 판화공방에서의 직공적인 작업을 반복하면서 비로서 대상을 묘사하는 섬세한 표현력이 싹텄다고 한다.

작가 ‘Izumi Akiyama’가 연필로 종이 위에 완성한 정물(静物; Seibutu) 시리즈에서 그녀의 냉정한 시각을 통해 재현된 대상과 그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희미한 공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앞으로 몇 년의 세월이 더 흐른 후 일본의 신예작가 이즈미 아키야마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족함이 없는 그녀 만의 작품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반드시 내게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디 작가가 자신만의 색깔로 신뢰감을 주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