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3.6~1564.2.18)가 교황국 바티간 시국의 로마교황청 내 위치한 시스티나 대성당(Cappella
Sistina, Sistine Chapel)에 그린 프레스코화(Fresco)인 《천장화(Frescoes in the Sistine Chapel, 1512 완성)》는
서양 문화 유산 중에서 가장 경이로운 창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그의 《천장화》는 회화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한다. 미술사를 통틀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작품이며, 주제도 크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하다고 입을 모아 극찬한다.
미켈란젤로는 높이 20m, 길이
41.2m, 폭 13.2m의 크기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에 『천지창조(Genesis)』를 테마로 한 프레스코화(Fresco)를 그렸는데, 그의 《천장화》는 대들보로 9등분 되어 있는 시스티나 대성당의 구조를 십분
활용하여 구약성경 속의 내용을 담은 ‘빛의 창조(God divides light
from darkness - The Separation of Light and Darkness)’, ‘해·달·초목의
창조(God creates the sun and plants - The Creation of the Sun,
Moon and Earth)’, ‘바다와 땅의 분리(God divides the water from
the earth - The Separation of Land and Water)’, ‘아담의 창조(God
creates Adam - The Creation of Adam)’, ‘이브의 창조(God
creates Eve - The Creation of Eve)’, ‘원죄와 낙원 추방(Adam
and Eve are tempted and are sent from Eden - The Temptation and Expulsion)’, ‘노아의
번제(Noah and his family make a sacrifice after the flood - The
Sacrifice of Noah)’, ‘노아의 홍수(The Great Flood)’, ‘술취한
노아(Noah is drunk and disgraced - The Drunkenness of Noah)’ 등 9개 장면을 그려 넣었다.
이렇게 그려 넣은 그림들은 3개의 장면들이 각각 1장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 『천지창조(Creation)』, 『인간의 타락(Adam
and Eve - The creation and downfall of Adam and Eve)』, 『노아
이야기(Story of Noah)』의 총 3장의 주제화면으로
만들었다. 또한, 9개의 그림 주변에는 구약성격에 나오는
예언자 7명 『‘요나(Jonah)’,
‘예레미야(Jeremiah)’, ‘다니엘(Daniel)’,
‘에스겔(Ezekiel)’, ‘이사야(Isaiah)’, ‘요엘(Joel)’, ‘스가랴(Zechariah)’』과 이방의 예언자인 무녀 5명 『‘페르시아 무녀(Persian
Sibyl)’, ‘에트리아 무녀(Erythraean Sibyl)’, ‘델포이 무녀(Delphic Sibyl)’, ‘쿠마에 무녀(Cumaean Sibyl)’, ‘리비아
무녀(Libyan Sibyl)’』, 그리고 8개의 삼각부분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선조들 『‘이새(Jesse)’, ‘솔로몬(Solomon)’, ‘르호보암(Rehoboam)’, ‘아사(Asa)’, ‘웃시야(Uzziah)’, ‘히스가야(Hezekiah)’, ‘요시아(Joslah)’, ‘스룹바벨(Zerubbabel)’』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성당 천장의 사각 모서리에는 이스라엘을 구한 성인 『‘모세와
청동 뱀(Moses and Brazen Serpent)’, ‘하만의 징벌(Punishment of Haman)’, ‘유디트(Judith)’, ‘다윗과
골리앗(David and Gpliath)’』을 그려 넣고, 20개의
기둥 위에는 4인 1개조의 젊은 군상을 메워서 《천장화》를
완성하였다.
총 343명의 등장 인물들이 제한된 틀 속에서 율동적으로 배치된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양과 질적으로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걸작으로 그의 인물들의 육체 묘사와 종교의식이 돋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본 교황 율리우스 2세(Julius Ⅱ, Giuliano della Rovere,
1443.12.05~1513.02.21)는 『아담의 창조』 장면을 예로 들면서 그 동안 하나님을 무서운 존재로만 여겨왔는데 미켈란젤로의
신은 온화한 모습이라며 감탄하였다고 하며, 영국의 대표적 화가이며 영국왕립미술아카데미(1768년 창설)의 초대총장이었던 레이놀즈(Joshua
Reynolds, 1723.7.16~1792.2.23)경은 《천장화》를 ‘신들의 언어’라고 극찬하였다고도 한다.
본인은 이 글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으면서
미술작업에 있어서 아이디어(Idea)의 보고(寶庫)가 되어 영원한 미술교과서로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칭송과 감탄, 더불어 한 인간의 인내심과 끈기, 의지와 집념이 위대한 결실을 낳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화가나 예술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의 작품 속에 감추어져 있는 전혀 다른 비밀스러움인 해부학적 메시지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미켈란젤로가 작업을 한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는 한마디로 인체해부학의 열린교과서라 할 수 있다. 그의 대작 속에 감춰진 비밀에 대해 안내하겠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작품 속의 38개 부분화 중에서 34개 장면(중앙 아치에 그려진 9개의
장면들과 사방 모서리에 위치한 4개의 큰 삼각형 공간, 8개의 측면
삼각형, 옥좌에 앉아 있는 예언자와 무녀들을 그린 12개의 장면 등)에 그가 창조해 놓은 수수께끼들을 해석할 수 있는 암호화된 코드(code)들이
존재한다. 다행히도 이 코드들은 이미지 혹은 도상(圖像)의 형태로 드러나는 단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미켈란젤로가 후세에게 분명하게 밝히고자 했던 수많은 단서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단서들을 작품의 내부뿐만 아니라 장식물들을 통해서도 남겨 놓았다.
미켈란젤로가 작품을 통해 후세들에게 남긴 수수께끼의 단서는 그가 습득해 온 해부학적 이미지로 해부용
메스 없이 그의 그림을 통해 인체의 내부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대표적인 해부학적
이미지를 예를 들어 보면, ‘아담의 창조(God creates Adam -
The Creation of Adam)’ 장면에서는 하나님과 주변의 천사들의 모습을 인간의 두개골(cranium)의
횡단면의 모습으로 그려 넣었다. 이것은 하나님이 아담에게 준 선물이 인류가 가진 지능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일 것이다.
‘아담의 창조’ 바로 위에 있는 ‘이브의 창조(God
creates Eve - The Creation of Eve)’ 장면에서는 나무 줄기를 인간의 기관지(bronchial
tubes)처럼 묘사했고, 오른쪽에 있는 하나님의 보라색 의상은 측면에서 본 폐(lung)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빛의 창조(God
divides light from darkness - The Separation of Light and Darkness)’ 장면에서는
인간 두뇌의 신경해부도를 신의 목 윤곽에 묘사했다. ‘쿠마에 무녀(Cumaean
Sibyl)’에는 무녀 옆에 축 늘어진 푸른색의 주머니가 인간의 심장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주변의
붉은 색 테두리와 흰색 두루마리는 횡경막과 대동맥을 표현한 듯하다. ‘바다와 땅의 분리(God divides the water from the earth - The Separation of Land and
Water)’와 천장과 기둥 사이의 삼각형 아치 부분(spandrel; 拱腹)에 그려진 ‘웃시야(Uzziah, 라틴어로 Ozias)’에서
인간의 신장(kidney)을 묘사했고, ‘리비아 무녀(Libyan Sibyl)’에는 어깨로 이어지는 팔의 뼈가 묘사되어 있다.
수세기에 걸쳐 미술 전문가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의 초인간적인 미술작품을 통해 예술적
희열을 느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더하여 그의 위대한 창조적 작업물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해부학적 이미지를 하나하나 찾아 예술과 해부학과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살펴 볼 때 느낄 수 있는 매혹적인 감동은 또 다른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미켈란젤로의 해부학적 메시지는 《천장화》에서 뿐만 아니라 《피에타(Pieta)》, 《모세상(Moses)》 등 그의 대부분의 조각작품 속에도 담겨져 있으며, 아직도 50여 개의 형상들은 너무나 정밀하고 복잡해서 미술용어로든 해부학 용어로도
여전히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다).
인물의 자세, 시선, 동작, 빛, 장식물, 인간의 유형이나 테마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 해부학적 이미지를 그려 넣은 미켈란젤로의 예술작품을 보면서 ‘바로크
미술(Baroque art)의 아버지’로만 알려져 있었던 그가 갖고
있던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의 이중성을 깨닫게 되었다. 해부학 실험의 도상적 결과물을 자신의 예술작품 속에
남긴 미켈란젤로에게 해부학의 천재라는 명성을 부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 작품에 독창적인 심리적 힘을
부여한 인간 속으로의 형상적인 침투와, 신경, 근육, 뼈 등의 작용을 드러내는 과학적인 침투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에 대해 지각하고 있었다”고
존 애커만(John Ackerman)이 자신의 저서 ‘미켈란젤로의 건축’에서 평가한 내용과 미켈란젤로가 남긴 80여 개의 회화, 드로잉, 조각들을 분석한 미술 사학자이자 시카고 미술대학 교수인 제임스 엘킨스(James Elkins)가 “그의 작품에 묘사된 해부학적 구조들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해부학 연구에 필요한 의학 전문용어를 600여 개에서 800여
개 이상으로 늘려야만 했다”고 한 것도 미켈란젤로가 부단한 해부학 실습을 통해 해부학에 정통해 있었음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회화는 영혼과 반대 개념인 물질을 ‘덧붙이고’, ‘추가’하는 예술이지만, 조각은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예술가의 머리 속에 착안된 관념과 구상을 대리석 내부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천장화》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조각을 하던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는 어쩌면 이러한 조각가로써의 관념과 구상을 그의 회화 속의 인간의 형상에도 마찬가지로 반영한 것은 아닐까?
500년전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에 해부학적 메시지 숨겨놓던 미켈란젤로의 섬세하고 진지한 손놀림을 느끼며 강한 충격에 휩싸여 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미켈란젤로와 함께 했던 시간들 내내 창세기 2장 7~9절 말씀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이 된지라.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 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The
LORD God formed the man from the dust of the ground and breathed into his
nostrils the breath of life, and the man became a living being. The LORD God
planted a garden toward the east, in Eden: and there He placed the man whom He
had formed. Out of the ground the LORD God caused to grow every tree that is
pleasing to the sight and good for food. (Genesis 2:7-9)”』이 귓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