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20, 2007

영화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2006)'



◈ 기본정보

출연: Ed Harris(에드 해리스, 미국 배우감독제작자, 베토벤 ),
          Diane Heidkruger(다이앤 크루거, 독일 배우, 안나 홀츠 )

감독: Agnieszka Holland(아그네츠카 홀란드, 폴란드 감독)

12세 관람가의 드라마, 상영시간 103, 2007 10 11일 국내 개봉

◈ 줄거리

신을 연주한 '베토벤(에드 해리스 )'과 베토벤을 연주한 단 한명의 여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

18세기 음악의 도시 비엔나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켜 신을 뛰어 넘고자 하는 욕망과는 달리 청각을 잃어가면서 자괴감에 빠져 성격은 날로 괴팍해지고 고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광기 어린 성격의 樂聖(악성) 베토벤(에드 해리스 ).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인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초연을 앞두고 베토벤은 자신이 작곡한 악보를 연주용으로 카피하기 위한 유능한 copyist(카피스트)를 찾던 중 우연히 음대 우등생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를 추천 받는다.

여성의 전문성이 인정 받지 못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여성 copyist인 안나 홀츠와의 만남이 달갑지 않던 베토벤은 첫번째 악보 카피에서 그녀가 베토벤이 잘못 표기한 음을 간파하고 스스로가 고쳐 그려놓은 것을 보고 그녀의 천재성을 인정하게 된다.

신의 소리를 연주하는 천재 베토벤의 음악을 가슴 깊이 이해하는 안나와 베토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서 이제 둘 사이에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음악적 교감뿐만 아니라, 사랑 그 이상의 영혼을 교감이 이루어진다.

'베토벤 9번 교향곡<합창>'의 작곡은 활력을 띄고, 드디어 모든 작곡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연주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이 돌연 초연의 오케스트라 지휘를 직접 하겠다고 나서며 뜻밖의 위기가 찾아온다.
◈ 관람후기

동유럽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아그네츠카 홀랜드의 최신작 '카핑 베토벤'은 그 제목에서 처럼 베토벤의 악보를 베끼는 안나 홀츠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거장 베토벤의 말년을 새롭게 조명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초연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장장 25분간의 연주를 통해 영화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명곡의 전율을 선사했다.

또한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면 베토벤의 현악4중주 '대푸가(Gross Fuge)'의 선율이 흐르는 영화 도입부의 전위적인 장면 역시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베토벤 B장조의 대푸가(Gross Fuge)는 베토벤이 말년에 내놓은 곡으로 고전주의 음악의 룰을 깬 혁신적인 명곡이라 일컬어진다. 세계적인 실내악 'Takacs Quartet'이 참여하였으며, 위독한 베토벤을 만나러 가는 '안나 홀츠'의 불안한 심경 속 자연의 모든 소리를 음표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천재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장면에도 사용되어 그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베토벤에 임종 직전에 내놓은 최후의 명곡인 C단조는 그가 마지막 신의 곁에 가기 전 들리는 음성을 그대로 전해주었고, '안나 홀츠'가 병상에 있는 베토벤을 대신해 악보에 옮겨 적으며 사제지간의 사랑을 넘어선 위대한 운명을 표현해 냈다.
영화가 주는 음악적 감동은 베토벤으로 분한 에드 해리스의 완벽한 연기로 더욱 배가되고, 강인한 여성 안나 홀츠 역의 다이앤 크루거 또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영화 'Total Eclipse(토탈 이클립스)'에서 미소년 랭보 역의 'Leonardo Dicaprio(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새롭게 발견해 낸 섬세하고도 박력 넘치는 연출가인 아그네츠카 홀랜드가 매혹적인 베토벤의 음악세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2006년 다시금 스크린을 찾았다. 여성 감독 답게 안나 홀츠라는 여성 캐릭터에게 힘을 실으며 영화의 내러티브(narrative)를 풍성하였다.

좋아했던 곡은 물론 낯설게 느껴지던 곡까지 베토벤의 비범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이 영화는 그의 음악이 그 시대 자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면서 단순히 음악에 국한 시키지 않고 역사의 한 시대를 풍미해준 새로운 해석과 감성적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2006년 작품인데 우리나라엔 2007 10 11일 개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