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근병증이란?
심근병증(Cardiomyopathies)은 말 그대로 심장의 근육 자체에 일차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고혈압이나 선천성 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낭염 등에 의해 생기는 이차적인 심근이상은 제외한다.
심근병증은 원인질환의 판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1995년 세계 보건기구에서 임상 양상에 따라, 비후성
심근증, 확장성 심근증, 제한성 심근증으로 분류를 제시하여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그 외에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심근병증,
미분류 심근병증, 이차적 원인이 분명한 특정 심근병증 등 여섯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심장학회(2006)에서 새로운 분류를 제시하기도 하였듯이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으로도 분류 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심근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확장성 심근증은 심실의 확장과 수축능의
장애가 발생하여 심장의 펌프기능이 감소되어 심부전과 부정맥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며,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의 비후를 일으키는 잘 알려진 원인들, 즉 고혈압, 판막질환
등의 뚜렷한 원인 없이 심근에 비후를 보이는 경우이다. 제한적 심근증은 심실의 확장기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심실벽이 매우 단단하고 심실의 혈류유입의 장애가 특징적이다.
이러한 몇 가지 심근병증에 대하여
알아보자.
▶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이 커져 문제가 되는 확장성(울혈성) 심근증
확장성 심근증은 말 그대로 심장이
너무 커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좌심실과 우심실 모두 또는 좌심실이나 우심실
단독으로 수축기 펌프 기능의 저하가 오고 이로 인하여 심장이 확대되고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발생빈도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약 5~8예 정도 보고되지만 경미하거나 증상이 없어 제외된
환자를 포함하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확장성 심근증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 가능하며
중년의 나이에 많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3배정도 많이 나타난다. 가역적인
원인으로는 알코올, 임신, 셀레니움 결핍증, 저인산염, 저칼슘혈증, 조절되지
않는 만성 빈맥 등이 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흔한 원인이며 특히 감기 증상이라 생각 했는데 증상이 지속되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라면 전문가의 진단을 반드시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좌심 혹은 우심부전의 증상 즉, 호흡곤란(운동성 호흡곤란, 기좌
호흡, 발작성 야간 호흡곤란 등)이 주된 증상이며 피로감, 말단 부종, 심계항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좌심실 확장이 있어도 수개월 또는 수년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특이할 점은 사망환자의 50%가 돌연사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증상의 악화 정도와 무관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흉부 X-선을 통해 좌심실 확대, 폐정맥 고혈압, 간질성 혹은 폐포 부종 소견 등을 볼 수 있으며 심전도 상에서 동성 빈맥, 심방세동, 심실성 부정맥, 좌심방 비대 소견,
심실내 전도장애 등을 보이기도 한다. 심초음파 검사는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이며
허혈성 심장 질환 여부를 알아 보기 위하여 심도자 및 심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확장성 심근증의 치료는 우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며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이 원인인 경우 심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거친 후 관상동맥 우회로술 등의 수술치료를 한다. 그러나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특발성의 경우는 증상을 호전시키고 심장의 박출량을 증진시키는 약물치료와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라 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는 이뇨제,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 디지 털리스, 항응고제, 항부정맥제 등 다양한 약제가 증상이나 원인에 맞게 선택되고
있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등으로 진행되어 생활이 곤란한 경우 심장이식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 50%가 가족력으로 나타나
돌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비후성 심근(병)증
비후성 심근증은 고혈압이나 대동맥협착증
등과 같이 좌심실에 압력을 줄만한 특정한 질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장근육 자체의 문제로 심장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전인구의 0.2%에서 발견되는데
50%는 가족력을 가지고 유전적으로 나타난다.
유전적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10~12세 때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서는 분자 생물학의
발전으로 비후성 심근병증의 유전적 원인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아무런 증상이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사람에서부터, 호흡곤란, 흉통, 급사로 발견되는 사람 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심근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면 좌심실 확장기말압 이 올라가게 되어 운동시에 숨이 차고 흉통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예기치 못하게 부정맥이 나타나서 졸도하거나 급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망환자의 60%가 돌연사 형태로 나타나며 전체 돌연사 원인 중 1~2%를 차지한다고
한다.
비후성 심근증은 병력청취와 더불어
심전도검사와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심초음파 검사에서 심장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있으면서, 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과 같은 좌심실에 부하를 줄 만한 다른 질환이
없다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없으면 특별하게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베타차단제나
칼슘길항제를 사용하게 되며 약 1/3 의 환자에서는 약물치료 후에 증상이 좋아진다. 그러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되고 좌심실 유출로에 압력차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이를 줄이 기 위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즉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의 원인이 되는 비후된 심실중격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아니면 최근에 개발된 알코올치료법을 이용하여 비후된 심근을 제거해 볼 수 있다.
비후성 심근증의 10~20%는 심근 수축력이 저하되는 심부전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확장성 심근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심부전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확장성 심근증에 비하여 심부전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은 더 좋지 않아 많은 경우에는 결국 심장이식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심장근육이 두꺼워질수록
부정맥의 위험성은 증가하게 되며,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는 부정맥으로 급사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운동선수들이 운동 중에 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부검을 하여보면 비후성 심근증
때문인 것으로 보고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질환을 진단 받은 사림에서는 심근비후의 정도에 관계없이
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에 급사한 사람이 있거나,
30세 이전의 젊은 나이에 발병한 경우, 졸도한 병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활동 중 심전도에서 심실성 빈맥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급사의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에서는 삽입형 심실제세동기를 사용하여 급사를 예방하는 것이 안전하다.
▶ 드물지만 사망률 높은 제한성 심근증
주로 확장기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심실벽이 매우 단단하고 심실의 혈류유입의 장애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심장의 수축력은
장애가 없는 것이 특징적이다. 원인으로는 심근섬유화, 세포침윤이나
심내막 반흔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그 중 전분(아밀로이드)침윤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드물게 유전되는 경우도 있으며 대개 골격근의 근변증을 동반한다.
운동부전이 주 증상이며, 피곤감, 호흡곤란, 진행되면
중심정맥압의 상승으로 인하여 사지의 함몰부종, 간비대, 복수, 전신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보존요법 외에
특이한 치료는 없으며 이차성 침윤(철분 등)에 의한 경우는
치료될 수 있다.
제한성 심근병증에서 수축 능력이
비교적 보존되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지속적인 충만압의 상승은
비가역적인 폐고혈압을 야기하게 되며 울혈증상이 진행되면 이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흉막삼출, 복수 등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이뇨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나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심장 이식을 하는 것이 유일 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 그 외의 심근병증
▣ 알코올성 심근(병)증
알코올성 심근(병)증은 35~55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10년 이상 폭음을 해온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는
확장성 심근증 환자의 약 30%정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도한 알코올은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알코올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에는 많은 양의 알코올이 아니더라도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알코올 자체의 직접적인 독성도 있지만 그 대사 산물 또는 코발트 같은 알코올성 음료 첨가제에 의한 독성으로
인한 심근증도 있을 수 있다.
장기간 술만 마시고 음식섭취를 잘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비타민 B군의 결핍이 심근증을 유발할 수 도 있다. 알코올에
의해 심근이 손상을 받은 경우에는 금주를 하게 되면 회복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음주를 계속
할 경우에 40~50%의 환자가 3~6년 내에 사망 하게
된다고 한다.
▣ 주산기 심근(병)증
주산기 심근증은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임신의 합병증이다. 미국 내에서는 전체 모성 사망의 4%를
차지한다고 한다.
출산 전 1개월부터 출산 후 5개월 이내에 좌심실의 확장과 수축기능 장애로
심부전을 일으키는 확장성 심근증의 한 형태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며 30세이상의 고령 임산부, 임신중 전자간증을 포함한 고혈압, 다출산 산모, 비만 등이 고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호흡곤란으로 대표되는 심부전 증상이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임신 후기 에는 대부분 정상임산부들도 호흡곤란, 부종 등을 경험하기 때문에 이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기침, 좌위 호흡, 야간 발작성 호흡곤란, 심잡음 등을 호소 할 경우 주산기 심근증을
의심하 여 볼 수 있다. 심방세동이나 혈전색전증 등의 증상도 나타나기도 한다.
심전도와 흉부사진 외에 심초음파
검사는 진단에 있어 중요하다. 다른 확장성 심근증 보다는 예후가 좋아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는 합병증
없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한다.
▣ 스트레스 유발성 심근(병)증
이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가역적인 심실기능의 장애를 유발하는 심근증이다. 다른 명칭으로
takotsubo증후군, apical ballooning증후군, broken heart증후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폐경기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병력을 살펴보면 갑작스런 배우자의 사별, 사업실패, 심한
말다툼 등의 감정적임 폭발 상황이나 심한 육체적 스트레스가 선행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카테콜라민의 급격한 상승에 의해 심근 조직의 손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흉통, 호흡 곤란 등을 가장 흔하게 호소하며 심인성쇼크, 폐부종, 심실성부정맥 등도 보도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밝혀진 바에 의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 근육 손상은 일시적인 것이어서 보존적 치료에 의해 일주일 내에 심장의 기능이 대부분 회복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심근병증들의 관리를
위해서는 과도한 육체적 운동은 삼가 해야 하며 전문가의 운동처방을 받아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의 운동을 하자.
심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식생활에 있어서는 염분제한이 중요하다. 염분을 제한 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찾아보자.
심근병증 환자에게는 알코올 또한
심근에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실천하는 지혜도
갖도록 하자. 이러한 생활 습관 개선은 심근병증이 심부전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